[STN뉴스] 김경아 기자 =
국내 양돈업계가 수년째 고통받고 있는 최대의 질병 리스크,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에 대한 해법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한국 축산 방역정책의 전략적 전환: 집단면역시스템’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제이비바이오텍과 경인일보가 공동 주관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의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학계, 연구기관, 산업현장, 정부 당국이 함께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현장 발표를 맡은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양돈산업은 농업 전체 생산액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PRRS는 이 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백신만으로는 방역 한계가 분명한 만큼, 집단면역이라는 새로운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교수는 PRRS 바이러스에 대한 사료 기반 경구 면역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밝히며, “국가 차원의 면역력 검증 시스템 구축과 기술 실증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초균 기반 경구면역기술…“사료로 항체 형성 입증”
민희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PRRS 방역 기술의 현주소를 소개하며, 고초균 포자를 활용한 바이러스 항원 발현 기술을 발표했다. 민 박사는 “비병원성 균주인 Bacillus subtilis의 외막에 PRRS 바이러스 항원을 발현시켜 사료에 혼합 투여하는 방식으로, 실제 항체 형성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KIST와 제이비바이오텍 중앙기술연구소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됐으며,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다.
박현식 제이비바이오텍 대표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얻은 집단면역의 경험은 가축 질병 방역에도 그대로 응용될 수 있다”며 “사료 첨가용 포자 항원을 활용한 면역증강제의 실질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백신 한계 넘어선 집단면역, 정부 차원의 실증 필요성 제기
현장 토론에서는 백신의 교차면역 한계와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도규송 강원동물병원약품 원장은 “백신 접종만으로는 유전형이 다양한 PRRS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실제 농장에서 PRRS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집단면역 전략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치용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은 “양계 산업 역시 저병원성 AI, 전염성 기관지염 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PRRS 대응 모델이 다른 가금류 질병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 사용량 저감이라는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생정보 공유 및 방역체계 고도화” 대응 나서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과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방역관리 개선 방향을 소개하며, “PRRS·PED 등 양돈 산업의 주요 질병에 대해 진단체계 강화, 청정화 프로그램 추진, 사각지대 해소 등 방역 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발생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방역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산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
“축산 방역, ‘국가 면역 전략’으로 전환할 때”
이날 토론회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국가 축산 방역정책이 기존의 ‘백신 중심 방역’에서 벗어나, 사료 기반 집단면역 모델이라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백신뿐만이 아닌 제3의 면역 메커니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며, 국가 차원의 제도화·실증화 지원을 촉구했다.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 그리고 국민 보건과 식량안보를 위한 예방 중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PRRS가 ‘통제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을지, 향후 후속 정책과 연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STN뉴스=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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