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전력공사는 2025년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현행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연료비 조정요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연료비조정단가(kWh당 5원) 역시 지난 분기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전의 심각한 재무상황과 전력량요금 미조정액 등을 감안한 정부의 조치다. 이에 따라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도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게 미뤄졌다.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분기마다 정부가 결정한다. 올해 3분기에는 국제 연료비가 하락해 한전 내부적으로는 단가를 kWh당 -6.4원으로 내리는 방안이 타당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 재무 상황과 전력량요금 미조정액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판단 아래 단가를 +5원으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한전 관계자는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3분기에도 연료비조정단가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난 2021~2023년까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누적 적자가 43조원에 이르렀다.
다만 지난해 흑자 전환으로 일부 적자 폭을 줄였지만, 2025년 1분기 기준 누적 영업 적자는 여전히 30조 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5조 1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 7310억원 증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런 재무 상황은 향후 요금 조정과 설비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여름 냉방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당국은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전반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공공요금 상승이 생활 물가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용, 음식점 등 일반용 전기요금은 3분기까지 인상 없이 동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 생활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물가 안정과 한전 재무 정상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통해 송·배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사업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신해남태안서인천(430㎞), 새만금태안영흥(190㎞) 구간에 걸쳐 추진 중이며, 총사업비만 7조 9000억원에 달한다. 송전망 용량은 8GW에 달해 대규모 전력 수송이 가능해진다.
한전은 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막대한 투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송배전 설비 투자와 전기요금 미조정액을 감안하면 한전 재정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와 한전 모두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 효율화를 비롯한 자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신사업 확대와 비용 절감, 투자 다각화 등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 해소 없이 단기적 비용 절감에만 의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평균 9.7% 인상돼 재정 부담 완화에 일부 기여했지만 가정용 및 상업용 전기요금은 물가 안정과 국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계속 동결 상태다. 이 때문에 한전의 경영 정상화와 국민 부담 간 균형점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국제 연료비가 하락했지만, 누적된 미조정액과 설비 투자 비용, 재무구조 악화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조정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친환경 전환, 에너지 효율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국민 부담 완화와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동결과 한전 재무 정상화를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 전력망 혁신에 힘쓰고 있다. 2030년까지 송배전망 현대화 사업을 완료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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