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고율 관세 강화 조치에 직면하며 수출 전략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발효된 25%의 대미 철강 관세가 실제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가운데 이달부터는 그 관세가 무려 50%로 인상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수출 동향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출 물량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출 단가는 급락세다. 사실상 마진을 희생해 버티는 '출혈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5월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한 3억27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단가도 톤당 1295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 하락, 지난 4월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4.6%가 빠진 셈이다.
특이한 점은 수출 물량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1~5월까지 매달 약 21만~25만t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물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단가 하락이 심화됐다. 이는 철강업체들이 고율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개월 전 계약이 일반적인 철강 업계 특성상, 관세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5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충격이 드러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달부터 관세율이 50%로 상향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더욱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내 수요처들이 한국산보다 비관세 우위에 있는 공급처로 대체를 서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경쟁자는 일본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을 인수하며 현지 철강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고급 강판 기술과 US스틸의 생산·물류 네트워크가 결합되면 미국 내 일본산 철강 공급은 현지생산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고율 관세와 무관하게 미국 시장에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한국 철강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상업생산은 오는 2029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시차가 존재한다. 당장 2025~2028년까지는 일본에 비해 구조적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박사는 "일본은 현지 생산이라는 전략으로 미국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한국도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시장 내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관세 부담은 중소 철강업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수출 단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율이 두 배로 뛰면, 수출을 포기하거나 거래처를 잃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 분야에서도 단순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화·현지화·투자 다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아닌 동남아, 유럽, 중동 등지에서의 시장 확대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철강산업의 미래 수출 전략은 '고부가 전환'과 연결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철강업계도 자동차 경량화, 이차전지 소재 등 친환경·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철강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DIT)은 최근 '경기 미래차 IR마트'를 통해 미래차 부품·소재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지원했다. 단순 판재 수출에 의존하기보다 첨단 산업과 연계된 부품소재 수출 전략으로 눈을 돌려야 관세 장벽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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