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운 날이 많다.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면 잠드는 시간이 밀리거나 얕은 잠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계절 탓만은 아니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시카고대 연구진은 식단이 수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하루 5컵이 만든 수면의 변화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수면 건강(Sleep Healt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만으로도 그날 밤 바로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실험은 20세~49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남녀 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앱에 하루 동안 섭취한 모든 음식 데이터를 입력하고, 손목에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상태를 24시간 자동 기록했다. 연구진은 ‘수면 분절’이라는 지표에 집중했다. 수면 분절이란 밤사이 자주 깨거나 깊은 잠에서 얕은 잠으로 전환되는 빈도를 뜻한다.
분석 결과, 하루 동안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한 참가자들은 밤에 더 깊고 연속적인 수면을 취했다. 반면 채소와 과일 섭취량이 적은 참가자들은 자주 깨거나 뒤척이며 질 낮은 수면을 경험했다. 또 통곡물처럼 가공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5컵’이라는 수치를 강조했다. 하루 동안 과일과 채소를 5컵 이상 섭취한 그룹은 전혀 섭취하지 않은 그룹보다 수면의 질이 16% 더 높았다.
수면의 질, 다음 날 식욕에도 영향 미친다
수면 부족은 신체 전반에 영향을 준다. 만성적인 수면 장애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 저하도 뒤따른다.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스트레스에 예민해지고,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다른 건강하지 못한 습관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식습관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체는 고당분, 고지방 음식에 더 강한 욕구를 느낀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한 날은 자극적인 음식이 평소보다 더 먹고 싶어진다. 이는 식단의 질을 떨어뜨리고, 체중 증가와 소화 문제를 불러오며 악순환을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연구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다. 수면 문제로 고생 중이라면, 자기 전 ‘수면 보조제’나 ‘ASMR 영상’을 찾기 전에 낮에 먹는 식사를 먼저 살펴야 한다. 하루 5컵의 채소와 과일, 거기에 통곡물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식단에 포함하면 그날 밤부터 잠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에스라 타살리 박사는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는 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 컵이 '꿀잠'에 주는 영향
하루 5컵의 과일과 채소를 매일 섭취하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아침에 사과 한 개, 점심에 샐러드 한 접시, 오후에 바나나와 당근 스틱, 저녁엔 나물 반찬이나 채소볶음 정도면 충분하다. 제철 과일이나 간단한 채소 간식은 식사 전후 간편하게 챙기기 좋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 C, 폴리페놀, 식이섬유, 마그네슘, 칼륨 등은 모두 불면 완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신경계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통곡물에 들어 있는 복합 탄수화물은 멜라토닌 합성을 촉진해 수면의 질을 높인다.
결국 중요한 건 당일 먹는 음식이 그날 밤 수면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식단은 에너지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루의 리듬 전체를 움직인다. 불면으로 힘들다면 하루 5컵의 과일과 채소로 수면을 준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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