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이 반도체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 이어, 하반기에도 글로벌 교역환경 악화와 통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수출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한 3,355억 달러, 수입은 2.1% 줄어든 3,132억 달러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2025년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6,685억 달러, 수입은 1.8% 줄어든 6,202억 달러에 그치며 무역수지는 483억 달러 흑자로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착시효과’에 가려진 전반적 수출 부진
올해 1~5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에 머물렀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려 3.8%가 줄어들어 실질적인 수출경기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11.9%), 무선통신기기(10.7%), 선박(12.1%) 등의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자동차(-2.5%), 일반기계(-9.7%), 석유화학(-10.6%), 철강(-5.6%), 자동차부품(-6.1%) 등 전통 주력 품목은 줄줄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인공지능(AI) 특수로 수출이 상반기에 11.4%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PC·스마트폰 등 범용 IT기기 수요 위축과 메모리 가격 정체로 인해 -5.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하반기 전체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미 수출 급감…자동차·부품 ‘직격탄’
보고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상호관세 유예 종료(7월 8일 예정)로 인한 대외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하반기 수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한국의 대미 수출은 -4.4%로 줄었고, 특히 전기차 수출은 89.1% 급감하는 등 주력 품목 중심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미국 시장 내 한국의 수입 점유율도 2024년 4.0%에서 2025년 1~4월 기준 3.4%로 0.6%p 하락했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 수요 감소와 해외 현지 생산 확대 영향으로 하반기에만 7.1% 감소가 예상되고, 철강(-7.2%)과 자동차부품(-6.5%)도 각각 미국·EU의 통상 규제 강화와 관세 부과 여파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협회 설문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64.8%는 미국 관세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으며, 철강·자동차 업종의 기업 중 상당수는 “계약 지연 또는 발주 취소”, “관세 전액 부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수요 위축…석유화학·에너지 품목 수출 ‘이중고’
유가 하락도 수출 부진에 기름을 부었다. 석유제품 수출은 상반기 -21.5%로 급락했으며, 하반기에도 수출 단가 하락과 국내 정제시설 가동률 저하로 인해 -19.2%의 감소가 예상됐다. 석유화학(-4.1%)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 미 관세 부과 여파 등으로 회복이 요원할 전망이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하반기 6.5% 증가가 예상된다. 애플의 아이폰 17 시리즈 전 모델에 국내 업체의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패널이 채택되면서, 중대형 OLED 중심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장 산업 중심 수출 기반 강화 필요”
보고서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환경이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존 제조업 품목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AI·바이오헬스·모빌리티 서비스 등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수출 기반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8대 신산업군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7.5%), 바이오헬스(9.3%), 항공우주(40.6%) 등은 상반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았다.
홍지상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 외교가 절실하며, 산업 차원에서는 수출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로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