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방 복구 작업이 한창인 현장. 이주빈 촬영.
<속보>=“비만 오면 무서워서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고 있어요”
지난 20일 본격적인 장마가 예보되면서 비가 쏟아지던 정뱅이 마을. 논밭에는 벼와 작물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비닐하우스에는 오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몇 발자국 걷다 보면 깨지고 파인 아스팔트 도로와 토사가 뭍어있는 비닐하우스 등 지난해 마을을 휩쓸고 간 수해의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다. 정뱅이 마을은 지난해 7월 10일 집중 호우로 천변에 있던 제방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들이닥친 급류에 온 마을과 27가구가 침수되고 주민 36명이 고립됐다 구조됐다. <본보 6월 16일자 5면 등 보도>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복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마을에서 오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환수(69) 씨는 “5월이면 끝난다던 제방공사는 아직도 마무리가 안됐다. 준설작업도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마을의 물을 바깥으로 빼내는 펌프장의 펌프 용량을 높여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아직도 바뀐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지난해 수해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물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둑이 터지면서 물이 마을을 덮친 것”이라며 “예산을 확보해 호우 피해를 막기 위한 사전예방을 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기관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재 제방 축재와 호안공 공사는 마무리돼 안전 문제는 없는 상태로 제방 둑마루 포장만 완료하면 된다”라며 “공사는 7월 초에서 중순쯤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 4월 갑천 준설 작업을 끝내는 등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를 마쳤다.
대전시 관계자는 “마을 상류에 위치한 용촌철교 밑에서부터 정뱅이 마을 다리 넘어 하류 부분까지 하중도와 퇴적물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마쳤다”면서 “이번에 준설이 완료되면서 물이 흘러 들어가는 유수의 면적이 넓어져 침수의 위험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정비 준설은 홍수위 등을 측정해 하천기본계획에 반영이 돼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금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해 하천 정비와 방재 시설 확충을 병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복구가 진행 중인 건 그날 참사를 겪었던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경로당에서 만난 문옥남(85세) 씨는 “지난주 비가 많이 오던 날 혹시 또 강이 범람하지 않을까 무서워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오면 경기도에 사는 딸이 전화해 대전은 괜찮은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주민 A 씨는 “집이 강 바로 앞이라서 비가 많이오면 강물이 불어나는게 보여 지난해가 자꾸 생각나 두렵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지난해 수해로 까지고 패인 도로. 이주빈 촬영.
수해 피해로 토사가 뭍어 있는 비닐하우스. 이주빈 촬영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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