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사령탑 거스 포옛(58) 감독이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의 철학은 현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고, 선수들도 그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전북은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0라운드 FC서울과 홈 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 2-2 무승부 이후 리그 16경기 연속 무패(11승 5무)를 기록, 시즌 전적 12승 6무 2패 승점 42로 리그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주목할 점은 이날 무승부로 전북이 이미 지난 시즌 38경기 동안 쌓은 승점 42와 동률을 이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포옛 감독 체제 아래에서 팀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날 경기 후 만난 포옛 감독은 “서울보다 우리가 더 나은 팀이었다. 누군가가 이겨야 했다면 우리가 그래야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점은 고무적이다. 현재 승점 42인데, 이는 이미 작년 시즌 전체 승점과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북의 16경기 연속 무패는 조세 모라이스(60)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9년 18경기 연속 무패 이후 처음이다. 이에 포옛 감독은 “더 지지 않고 새로운 기록을 써야겠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더욱 강조한 것은 ‘기본’이었다.
포옛 감독은 “보통 팀이 경기에 이기지 못하면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말로 원인을 돌린다. 하지만 나는 경기를 좌우하는 건 자신감보다 기본이라고 본다. 자신감은 기본 위에 얹히는 부수적인 요소다.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면 경기의 절반은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포옛 감독은 기본기의 누수가 팀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힘주었다. 그는 “기본이 쌓여야 팀이 안정된다. 감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선수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코치진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북 주장 박진섭(30)도 포옛 감독의 철학에 공감했다. 그는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게 기본적인 부분이다. 오늘 전반 실점 장면에서도 그런 기본을 등한시했다”며 “전반전 종료 후 감독님이 라커룸에서 상당히 화를 내셨다. 좋은 흐름이 이어질수록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안일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바로잡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장 박진섭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박진섭 역시 “감독님이 말한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켜나간다면 팀이 원하는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북은 단순히 성적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팀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박진섭은 “작년과 비교해 팀이 확실히 많이 바뀌었다. 오늘 승점 1로 지난 시즌 전체 승점과 동률을 이뤘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며 “선수 간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고, 심리적인 안정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18경기가 남았지만 전북은 서서히 4년 만의 리그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랐다. 박진섭은 “우승에 대한 꿈은 항상 가지고 있다. 아직은 상상의 단계지만, 기본을 지켜나가다 보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 팀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감독님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플레이를 잘 이행하면 충분히 좋은 위치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포옛 감독은 지난해 12월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냉정하게 팀 상황을 진단했고,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전북은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력 훈련을 등한시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시즌에 돌입하자 선제 득점을 하고도 후반 15분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는 시즌 내내 전북의 발목을 잡으면서 강등의 문턱까지 경험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포옛 감독은 지난 동계 훈련 때 가장 먼저 선수단 식단부터 손봤다. 아들이자 영양학에 일가견이 있는 디에고 포옛(30) 코치의 체계적인 분석에 따라 식단을 짰다. 전북 관계자에게 따르면 선수들은 동계 훈련 내내 단백질이 가득한 닭가슴살을 필두로 저염식 토마토 파스타 등을 섭취했다. 또한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와 닭다리, 닭 껍질 등은 ‘금지령’이 떨어졌다. 이는 강력한 체력 훈련을 버틸 수 있게 한 힘이 됐고,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꿈꾸게 한 원동력이 됐다.
포옛 감독의 ‘기본 중시’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팀 운영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의 철학 아래 전북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지워가며 올 시즌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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