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은 사계절 내내 재배할 수 있는 곡물이지만, 여름철에 수확한 메밀은 식품 가치가 낮게 평가되곤 한다. 글루텐 함량이 지나치게 낮아 맛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식용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가치가 낮다고 여겨져 밭을 그대로 갈아엎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름 메밀의 진짜 쓰임새는 따로 있다. 바로 메밀의 새순이다. 새로 돋아 연한 잎으로 만든 메밀순나물은 여름에 맛볼 수 있는 계절 음식이다. 일반 나물보다 훨씬 부드럽고, 메밀 특유의 고소한 향이 살아 있다.
여름철 식탁 위 별미, 메밀순나물에 대해 알아본다.
조상들도 즐겨 드셨던 '메밀'
메밀은 석죽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전국 각지에서 재배 중인 곡식이다. 원산지는 동아시아 온대 북부의 바이칼호 · 만주 · 아무르강변 등에 걸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세기 이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밀은 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 트고 생육기간이 60∼100일로 짧으며 불량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특히 강하다. 서늘하고 알맞게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자라는데, 생육 초기에는 온화하고, 개화 성숙기에는 고온이 아니며 비가 적은 조건이 좋다. 그러나 생육기간이 짧고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므로 어디에서나 재배할 수 있어 그 재배 범위가 매우 넓다.
이런 강한 생명력 덕분에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쓰였는데, 흉년으로 굶주리는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세종대왕이 편찬한 구황서인 '구황벽곡방'과 원서가 소실된 뒤 재편찬된 '구황촬요'에도 메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따르면 "메밀 꽃과 콩잎 및 콩깍지를 물로 우려내고 말려서 가루로 낸 다음 쌀가루를 섞어 쪄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라고 적혀있다.
나물로 무쳐먹기 좋은 여름메밀
메밀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른 씨뿌림에 적응하는 여름메밀, 늦은 씨뿌림에 적응하는 가을메밀, 그리고 그 중간 성질을 가진 중간형으로 구별된다. 이중에서 최고로 치는 것은 가을~겨울에 수확하는 가을메밀로, 메밀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음식인 냉면이 원래 겨울 음식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메밀은 열매의 맛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새순을 따서 나물로 만들어 먹기 좋다. 메밀의 새순은 다른 나물보다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쓴맛이 없어 부담 없이 먹기 좋다. 게다가 독성도 없기 때문에 가볍게 씻은 뒤 데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런 메밀순나물은 주로 된장이나 고추장 등의 양념에 무쳐 먹으며, 메밀의 고소한 향이 살아 있고, 양념도 잘 배어든다. 특히 더위에 떨어진 입맛을 되살리기에는 제격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먼저 깨끗이 씻은 메밀순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물기를 짜내준다. 그런 다음 볼에 메밀순과 양념을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쉽게 만들 수 있어 반찬으로 자주 활용된다.
열매 못지않은 메밀순의 효능
우리가 흔히 먹는 메밀도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해 몸에 좋은 음식이지만, 메밀순도 그에 못지않다. 메밀순에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비타민C, E와 셀레늄 같은 항산화 성분도 풍부해 세포 손상을 막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좋다. 이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뇌 신경세포의 산화를 방지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다만, 메밀 자체가 찬 성질을 가진 음식이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루틴은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저혈압을 가진 사람이 섭취하면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메밀순무침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메밀순 200g,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또는 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 1작은술
■ 만드는 순서
1. 메밀순을 깨끗이 씻고 끓는 물에 10초 정도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2. 볼에 메밀순을 넣고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 깨를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물기를 제거할 때는 키친타월 등으로 가볍게 눌러준다.
-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 등을 추가해 칼칼한 맛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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