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 10조원에 육박한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하겠지만, 지난 1분기 5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한 만큼 '역대급' 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취약계층·소상공인 '빚 탕감' 등 서민금융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금융권을 향한 상생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9조9703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전년 동기(9조3526억원) 대비 6.6% 늘어난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상반기(2조7815억원)보다 18% 늘어난 3조2818억원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2조9330억원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보다 6.8% 늘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164억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1조53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7554억원)보다는 14%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건 지난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따른 배상비용을 덜어낸 데다, 이자수익이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이익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호실적을 두고 은행들만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만큼 민생 금융지원에 대한 요구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는 내수 부진,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취임 후 첫 개최한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에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콕' 집어 거론한 바 있다. 특히 정부가 취약계층 빚 탕감을 위한 재원의 절반을 금융권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사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역대급 실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대출 자산을 불려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4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 실적도 지난해 수준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 금융사의 2분기 순이익은 4조961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5조1239억원) 대비 3.2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하락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적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진짜 어려움은 하반기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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