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냉면, 박정희의 낮술, 김대중의 먹방… 대통령의 입맛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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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통령은 어묵을 먹고, 왜 정상회담 테이블엔 비빔밥이 오를까?”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 ‘대통령의 밥상’을 해부했다. 신간 『대통령의 혀』는 단순한 음식 책이 아니다. 밥상 위에 오른 메뉴 하나하나를 통해, 대한민국 권력의 속성과 대통령 개인의 철학, 그리고 정권의 민낯을 밝힌다. 정치, 외교, 언론, 대중의 감정까지 모든 것이 ‘먹는 행위’로 압축되어 있다는 이 충격적인 책은, 단연 올해 가장 이색적인 정치 해설서로 손꼽힌다.
“대통령의 혀는 곧 나라의 방향을 말한다”는 황교익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만찬을 기획했던 인물로, 언론이 신경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메뉴’의 숨은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짜장면 끓이는 尹, 혼밥한 朴… 왕의 밥상과 국민의 밥상은 다르다”
『대통령의 혀』는 첫 장부터 강렬하다. “윤석열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1장은 윤 대통령이 고립된 상황에서 김치찌개와 짜장면을 끓인 장면을 되짚으며 “밥상에서 나는 왕의 냄새”를 언급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권력이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왕당파식 밥상”이라 표현한다.
반면 문재인은 “냉면으로 남북 화해를 시도한 대통령”으로 그려지며, 김대중은 “먹방의 원조”로, 박정희는 “낮술과 밤술이 다른 2인분의 권력자”로 조명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혼밥’을 한 상징적 행위로 정치적 고립과 무능을 드러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식사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단절’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오늘 뭐 먹지?”는 “누구 뽑지?”… 투표와 밥상의 기막힌 평행이론
황교익은 음식 선택이 곧 정치적 선택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삼각김밥을 먹는 사람, 쌀밥을 고집하는 사람, 시원한 냉면을 찾는 사람… 그 취향은 곧 삶의 태도요, 정치적 결정이다.” 저자는 밥상을 고르는 일이 마치 후보를 선택하는 투표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매일 밥을 통해 정치적 선택을 한다. 편의점에서 고른 한 끼, 만찬장에서의 코스요리, 대통령의 숟가락 하나에도 정치가 담겨 있다.”
그는 “정치 얘기할 때 음식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 얘기할 때 정치 얘기를 빼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양식 먹는 이승만, 라면 끓이는 노무현, 칼국수의 김영삼… 그들의 혀가 말했다”
책은 4장 <대통령의 혀>에서 각 대통령의 음식을 정치적 상징으로 분석한다.
이승만: 양식 먹는 ‘임금님’. 미국식 밥상은 그가 누구에게 줄을 섰는지를 상징한다.
박정희: 낮술과 밤술이 다른 ‘2개의 권력’. 군부의 권위와 민중의 친밀함을 모두 연출하려 했다.
김영삼: 칼국수 정치. 서민 행보를 가장했지만 정치는 엘리트적이었다.
김대중: 먹방의 원조. 음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려 한 진짜 정치인.
노무현: 라면 끓이는 동네 아저씨. ‘소탈’의 진심이 오히려 권력을 견디지 못하게 했다.
이명박: 배고픈 대통령. 굶주림의 기억이 탐욕으로 변했다.
박근혜: 시장의 여왕이지만 혼밥의 아이러니. 소통 부재의 상징.
문재인: 냉면을 통한 외교. ‘음식은 메시지다’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
윤석열: 짜장면과 김치찌개를 끓이는 대통령. 혼자 요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지만, 외로움과 분열의 상징이 됐다
“밥은 하늘이다”… ‘음식으로 읽는 대한민국 현대사’
황교익은 책 후반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본질은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느냐’에 있다”고 정리한다. “혼자 밥 먹는 대통령은 국민을 버린 대통령”이라는 말은, 세월호 당일 박근혜의 혼밥을 떠올리게 한다. 밥이 단지 생존이 아닌 ‘공감의 정치’임을 주장하는 그는 “먹이는 정치가 아니다. 함께 먹는 것이 정치다”라고 강조한다.
저자 황교익은 누구인가?
경남 마산 출신의 황교익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농민신문 기자를 거쳐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미각의 제국』,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등을 통해 음식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정 출연자로 정치적 소신 발언을 이어갔으며, 유시민 작가와의 ‘낚시 아카데미’,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 등 정치권 인사들과의 관계도 활발하다. 부산 푸드페스티벌에선 ‘지역 정체성 기반의 메뉴 개발’을 주도했다.
“이제 음식도 공화국을 선택해야 할 때”
황교익은 앞으로 “음식의 정치 해방”을 꿈꾼다. “권력이 주는 밥이 아니라, 국민이 주도하는 공화국의 밥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앞날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대한민국의 일상 음식은 K-푸드의 이름으로 세계인의 밥상이 될 겁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공화국의 국민이고, 그 국민이 먹는 음식은 가장 매력적이니까요.”
『대통령의 혀』는 단순한 맛 이야기가 아니다.
‘밥상 위의 권력’, ‘한 끼 속의 국가 철학’을 꿰뚫는 칼 같은 인문 정치서다.
읽다 보면 숟가락을 들기 전, 묻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어떤 정치를 먹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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