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넣은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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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넣은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5-06-21 09:40:12 신고

쭈글쭈글한 손가락
Neil Juggins/Alamy
손을 따뜻한 물에 몇 분간 담그면, 손 끝에 쭈글쭈글한 자두처럼 주름이 생긴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은 물 속에 몇 분만 담그고 있어도,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긴다. 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우리를 돕기 위한 적응 현상일까?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을까?

손가락을 몇 분 정도 욕조에 담가 놓거나 수영을 하다 보면, 손 끝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다. 지문이 있는 부위에 울퉁불퉁한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는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현상이다. 손가락 끝 주름은 만들어질 때마다 일정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 주름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탐구해온 현상이다. 우리 몸에서 물 속에 넣었을 때 주름이 생기는 부위는 손가락 발가락 끝뿐이다. 팔뚝과 몸통, 다리, 얼굴 등 부위는 물에 들어가기 전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현상에 대한 초기 연구는 주로 주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이 주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목적이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손가락에 생기는 주름이 우리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준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손가락 끝 주름이 달라지는 현상에 2형 당뇨병과 낭포성 섬유증, 신경 손상, 심혈관 질환 등의 질병 정보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손가락 끝 주름이 생기는 이유

약 3.5분, 따뜻한 물(40℃가 최적의 온도라고 한다) 속에 넣은 손가락 끝에 주름이 생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반면 20℃의 물에서는 주름이 생기기 까지 최대 1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주름이 최대치에 도달하려면, 약 30분 정도 물 속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최근에 나온 한 연구에서는 따뜻한 식초에 손을 넣었을 때 약 4분 만에 주름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손가락 끝 주름을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손끝 표층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수동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물 분자가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막 양 측의 농도를 균일하게 만드는 삼투압 과정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1935년, 이 과정에 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점을 이끌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팔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신경 중 하나인 '정중신경'이 절단된 환자의 손가락은 물속에서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정중신경의 역할 중에는 우리 몸에서 땀 배출과 혈관 수축과 같은 교감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이 있다. 이 발견은 손가락 끝 주름이 신경계의 통제를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물 속에 담가서 쪼그라든 발
Andrii Biletskyi/Alamy
발가락과 손가락 끝 부분 피부는 물 속에 담갔을 때 쪼그라들고 주름이 생기지만,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1970년대 의사들이 진행한 후속 연구에도 이와 관련된 추가 증거가 확인됐다. 당시 의사들은 혈액 흐름처럼 무의식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경 손상을 파악하는 간이 검사로 손을 물에 담그는 방법을 제안했다.

2003년에도 비슷한 연구가 나왔다. 당시 싱가포르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던 신경과 전문의 아이너 와일더-스미스와 아델린 차우는 실험 참가자의 손을 물속에 넣는 방식으로 혈액 순환을 측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손끝에 주름이 생기는 순간부터 손가락의 혈류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건강한 참가자의 손가락에 국소 마취 크림을 발라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켰을 때도 손을 물에 담그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름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손 끝 주름을 연구한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신경과학자 닉 데이비스는 "주름이 생겼을 때 손가락을 살펴보면 이 현상들이 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름이 생기면) 손 끝 피부에 혈액 공급이 줄어, 손가락 끝이 창백해집니다."

이에 대해 와일더-스미스 연구팀은 손을 물에 넣으면 손가락의 땀샘이 열리면서 물이 들어와 피부의 염분 불균형이 일어난다고 해석했다. 염분 균형의 변화는 손가락의 신경 섬유의 발화를 유발해, 땀관 주변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렇게 되면 손가락 끝 살집이 있는 부위의 부피가 줄어들고, 그 위에 있는 피부가 아래쪽으로 당겨져 주름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름의 패턴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가 그 아래층에 붙은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주름이 생길 때 바깥쪽 피부도 약간 부풀어 오른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삼투압만으로 손가락에 보이는 주름을 만들기 위해 피부가 20% 정도 부풀어 올라야 한다. 손가락이 끔찍하게 커질 정도로 부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카탈로니아 공대 소속 생체역학 엔지니어인 파블로 사에즈 비냐스는 피부 상층은 약간 부풀어 오르고 동시에 하층이 수축하면 주름이 빠르게 뚜렷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하여 이 메커니즘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의 손가락 주름이 생기려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처럼 신경학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주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신경계가 손 끝 주름을 통제한다는 것은, 이 현상이 우리 몸의 능동적인 반응이라는 뜻이다. 데이비스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위 위를 걸어가는 모습
Alamy
물과 접촉했을 때 손과 발 끝에 생기는 주름은 우리 조상들이 젖은 바위 위를 걸어가거나 조개류를 채집할 때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손가락은 왜 물속에서 주름이 생기는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데이비스는 목욕 중에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를 묻는 자녀의 질문을 계기로 이 현상이 가진 이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2020년에 '런던 과학 박물관' 방문객 500명의 도움을 받아, 플라스틱 물체를 잡는 데 드는 힘의 크기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손에 물기가 없고 주름이 없는 사람은 손이 젖은 사람보다 적은 힘으로 물체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손을 수조에 몇 분 동안 담가 주름이 생기게 한 후에는 물체를 잡는 힘에 변화가 생겼다.

데이비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손 끝에 주름이 생기면서 손가락과 물체 사이의 마찰이 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손가락이 이러한 표면 마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물체를 단단히 잡을 때 더 적은 힘을 쓴다는 점입니다."

연구 참가자들이 잡은 물체의 무게는 동전 몇 개 정도였다. 때문에 이를 잡을 때, 그렇게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습한 환경에서 더 힘든 일을 할 때는 이러한 마찰의 차이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물체를 잡을 수 있다면, 손 근육이 덜 피로해져서 더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손 끝 주름이 젖은 물체를 다루는 일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는 다른 연구와도 맥을 함께 한다. 2013년 영국 뉴캐슬 대학의 신경과학자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크기의 유리 구슬과 무게가 서로 다른 낚시용 추를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기는 실험을 진행했다. 옮길 물체는 마른 상태도 있었고, 물이 채워진 용기에 잠겨 있었다. 참가자들이 마른 손으로 물에 젖은 물체를 옮길 때는 마른 물체를 옮길 때보다 17% 더 오래 걸렸다. 하지만 손가락이 물에 젖어 주름이 생겼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젖은 물체를 12% 더 빨리 옮길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마른 물체를 옮기는 일은 물에 젖어 주름이 생긴 손가락과 그렇지 않은 손가락에는 차이가 없었다.

어떤 연구자들은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생기는 주름이 타이어나 신발 밑창에 있는 물길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주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통로는 손가락과 물체가 접촉하는 지점에서 물을 짜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과거 어느 시점에 젖은 물체를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손가락과 발가락 끝 주름을 진화시켰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2013년의 연구를 주도한 뉴캐슬 대학의 진화 신경과학자 톰 스멀더스는 "물에 젖은 상태에서 더 나은 접지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 이 현상은 젖어 있는 상태에서 이동을 하거나 잠재적으로 물속에서 물체를 조작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류의 조상들은 이러한 진화를 통해 젖은 바위 위를 걸어서 이동하거나 젖은 나뭇가지를 잡는데 도움을 얻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물에 젖은 조개류를 채집할 때 이러한 현상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스멀더스는 "전자의 경우라면 이런 현상이 다른 영장류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후자라면 이러한 현상이 인간에게만 나타난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장류에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서는 지금까지 물로 인한 손가락 주름이 관찰된 적이 없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 장시간 목욕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원숭이의 손가락은 물 속에서 주름이 생기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스멀더스는 다른 영장류에서 확인된 사례가 없다고 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며, 아직 충분한 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적응이 인류에게 언제 나타난 것인지와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단서가 있다. 손가락 끝 주름은 바닷물에서는 민물보다 덜 두드러지고 생기는 데도 오래 걸린다. 아마도 바닷물에서는 피부와 주변 환경 사이의 염분 농도 차이가 적어서 신경 섬유에 자극을 주는 염분 불균형이 폭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현상은 인류의 조상이 해안가보다는, 담수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게끔 적응하며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은 없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이 적응의 일환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우연한 생리적 반응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원숭이
Benjamin Torode/Getty Images
현재까지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 중에서 일본 원숭이만 물 속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 주름이 생기는 현상을 보였다

주름은 무엇을 말해줄까?

당혹스러운 미스터리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손가락은 남성보다 주름이 생기는 데 더 오래 걸린다. 그리고 왜 주름이 생긴 손 끝 피부는 10~20분 정도가 지나야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일까? 손가락에 생긴 주름이 젖은 물건을 잡을 때 유리하면서 마른 물건을 잡을 때도 불리하지 않다면, 왜 손가락 끝 주름은 영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주름으로 인한 감각의 변화일 수 있다. 손끝에는 많은 신경이 몰려 있다. 그래서 손 끝 피부가 잘려나가면, 접촉한 사물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러한 조건이 촉각으로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연구도 있다.)

데이비스는 "물에 닿아 주름이 생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접촉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 이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피부 수용체의 균형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젖은 물체를 잡는 것 말고도, 주름진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물 속에서 생기는 손가락과 발가락 주름은 우리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건선이나 백반증과 같은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주름이 생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질병을 유전적으로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 2형 당뇨병에 걸리면, 손은 물에 넣었을 때 피부 주름이 현저하게 감소하기도 한다. 심혈관계 조절 이상 등으로 심부전을 겪은 사람들도 유사한 주름의 감소가 나타났다.

동일한 시간동안 물에 손을 넣었음에도 한 손이 다른 손보다 더 적은 주름을 보이는 손가락 비대칭 주름은 파킨슨병의 초기 징후로 알려져 있다. 즉 교감신경계가 신체 한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물 속에 있을 때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만 주름이 생기게 된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인간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놀라운 방식으로 여전히 연구진들에게 그 유용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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