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기댈 자금인데…2000조원 연금시대에도 저수익 ‘여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노후 기댈 자금인데…2000조원 연금시대에도 저수익 ‘여전’

투데이신문 2025-06-21 09:14:45 신고

3줄요약
고민하는 노부부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민하는 노부부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국내 연금자산이 2000조원을 넘기며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만, 정작 수익률은 저조하고 수수료 부담은 여전해 국민 노후소득 보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급속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 속에서, 연금제도의 체계적 개혁과 운용 효율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내 연금자산은 약 2000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1227조원, 퇴직연금 432조원, 개인연금 370조원 규모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금액이지만, 이 거대한 자산이 국민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 사회는 빠른 고령화 속도와 늘어나는 기대수명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이미 18.1%에 달하며, 2035년에는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수명 역시 84.3세를 넘어 90세 진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노후에 기댈 마지막 안전망인 연금제도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대부분 금융회사와 가입자가 개별 계약을 맺는 ‘계약형’ 구조다. 투자 상품 선택이 가입자에게 맡겨지지만, 수수료는 고정적으로 발생해 수익률 저하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많은 가입자들이 수익률이 미미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금형 연금 구조를 도입해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기금형은 독립된 기금이 전문 운용사를 선정하고, 자산 배분과 운용 관리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수수료 절감과 장기 수익률 제고라는 장점이 있다.

투명성과 전략 재정비…연금자산 운용체계 혁신 ‘시급’

하지만 국내 퇴직연금의 기금형 전환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17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형 구조의 비효율성과 낮은 운용 성과 때문에 기금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디폴트옵션 제도의 단일 상품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연금 가입 시 자동으로 편입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낮은 수익률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비판이 크다. 남 연구위원은 “복수의 위험 등급별 상품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디폴트옵션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 역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 또한 세미나에서 “대형 기금은 단순히 수익률 유지보다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며 ‘총액투자 접근법(TPA)’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TPA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통합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이미 채택 중이다.

윤 교수는 “현재 국내 연금은 자산군별로 분산돼 운용되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중심 투자 구조인 ‘홈 바이어스’ 해소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국내에 투자해 증시 침체 시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대 박희진 교수는 “TPA와 대체투자 확대 방향은 옳지만, 국민연금 내에서도 액티브 투자와 패시브 투자 간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운용비용과 수익률, 리스크를 국제적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퇴직연금도 적립 단계에 머무르지 말고, 지급 단계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는 자산 운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퇴 이후 소득 보장을 위한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령화는 현재 진행형인데…시계 멈춘 ‘연금개혁’

이처럼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은 여전히 ‘검토 중’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위험자산 비중을 현재 40%에서 65%로 확대하는 자산 배분 개편 계획을 발표했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디폴트옵션 개선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들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나 법 개정이 미비한 채 추진되고 있어, 실제 제도화와 현장 적용에 대한 기대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빠른 고령화와 증가하는 기대수명 속에서 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적 재원만으로는 증가하는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고령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사망보험 같은 비유동성 자산을 유동화하고, 민간 금융기관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공공과 협력하는 통합 복지 금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주택연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령자의 자산을 연금화하거나, 기존 사망보험을 노후 돌봄 및 간병 서비스와 연계하는 상품 개발이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 노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사들은 간병 특화 보험, 연금형 신탁,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복지 금융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혁신이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규제 완화 없이는 ‘상품 수준’에 머무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2000조원에 달하는 연금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잠자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제도적 틀을 혁신하고 민간 금융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국민 노후 안정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