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스페이스X가 독점하고 있는 재사용발사체가 국내에서도 개발된다. 재사용발사체는 말 그대로 로켓의 일부나 전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기존 소모성발사체와 비교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현재 전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주항공청도 이 같은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기존 소모성발사체에서 재사용발사체 개발로 변경해 추진하기로 했다. 우주청은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변경사항을 설명하고 “오는 2035년까지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해 우주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주청에 따르면 실제로 우주강국을 중심으로 현재 다양한 재사용발사체가 개발되고 있다. 우선 스페이스X로 세계 재사용발사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스토크 스페이스가 100% 재사용할 수 있는 ‘노바(Nova)’를 개발하고 있어 재사용발사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창정 시리즈로 우주패권에 도전 중인 중국은 ‘창정 9호’를 재사용발사체로 설계를 변경해 오는 2033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들이 재사용발사체 기술실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2026년 이후 상용화가 전망된다.
유럽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아리안 NEXT’와 ‘베가 NEXT’ 발사체를 개발 중이고, 지난 2023년 재사용발사체 ‘아무르(소유즈-7)’ 개발에 착수한 러시아는 2028년경 기존 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H시리즈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온 일본은 현재 운용 중인 H3 발사체 후속을 재사용발사체로 개발해 발사비용을 2030년대는 H3 발사체의 절반 수준, 2040년대 초까지는 10분의 1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 외에 인도는 2034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발사체인 수리야를 개발 중이다.
박재성 우주청 우주수송부문장은 “모든 나라들이 2030년대 전후를 목표로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어 2032년경에 개발하면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공기 완제품 시장처럼 시기를 놓치면 우주산업 진입장벽이 굳어질 것”이라면서 재사용발사체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신 차세대발사체 개발이 재사용발사체로 변경되면서 예산 증액이 불가피해졌다. 우주청에 따르면 증액이 필요한 예산은 약 2980억원. 기존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예산인 2조 132억원에서 2조 3112억원가량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우주청은 기획재정부에 사업 적정성 재검토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실질적인 검토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진행한다. 박 부문장은 “국가우주위원회 승인 등을 통해 사업 근거를 잘 마련해 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사업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의 재사용화 방안도 공개했다. 우선 1안은 차세대발사체를 소모성발사체로 우선 개발한 후 2030년대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2040년 재사용화가 완성되면 연 2~3회를 발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2안은 처음부터 재사용발사체로 조기 개발하는 방안으로, 2035년 개발이 완료되면 연 10회 이상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우주청은 전망했다. 현재 우주청은 2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 부문장은 “발사체 체계개발이라는 게 대체로 소요되는 시간이 거의 유사하다”면서 “(1안 대로) 소모성을 먼저 개발한 뒤 재사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부품 몇 개를 교체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최소 5~6년이 걸리는 과정”이라면서 처음부터 재사용발사체로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재사용발사체 개발기간을 10년으로 구상한 이유는 재사용발사체 기술이 모두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반에는 핵심기술인 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엔진이 개발된 후 5년간 체계개발을 추진한다는 개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본격 뛰어든 만큼 관건은 경쟁력이다. 미국은 스페이스X를 앞세워 발사체 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 등 우주 분야에서 쟁쟁한 국가들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부문장은 유럽과 일본이 우주강국이지만, 재사용발사체 개발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유럽은 재사용발사체 개발이 범유럽 차원으로 추진되는 만큼 의사결정이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본도 H3 발사체가 최근에 상용화된 만큼 당분간 H3 발사체 활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재사용발사체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이를 지켜보는 기대와 염려어린 시선도 적지 않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 사업에서 관건은 “발사체의 무게와 추력”이라고 강조하면서 그중 엔진 개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성공적인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과 경제성을 갖춘 발사체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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