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해안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대추귀고둥이 5년 만에 다시 발견됐다. 발견 지점은 진흙과 모래가 섞인 기수지역으로 민물이 유입되는 갯벌이다. 이곳은 갯잔디 군락이 형성돼 있어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높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추귀고둥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대추귀고둥은 갯잔디 사이를 중심으로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었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눈에 띄기도 했다.
대추귀고둥은 어떤 동물인가
대추귀고둥은 바닷가 갯벌에 사는 작은 고둥이다. 껍데기는 길쭉하고 나선처럼 말려 있으며 색깔은 갈색이나 대추색을 띤다. 껍데기 입구가 사람 귀처럼 생겨서 ‘귀고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기는 보통 손가락 마디만큼 작다.
대추귀고둥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갯벌에서 주로 산다. 땅이 진흙이나 모래로 된 조용한 바닷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갯벌에 풀처럼 자라는 염생식물 사이에 숨어 지낸다. 갯잔디, 퉁퉁마디 같은 식물 아래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먹이는 갯벌 위에 쌓인 작은 유기물이다. 썩은 식물 조각이나 미세한 찌꺼기를 먹고산다. 입 대신 촉수 같은 돌기를 내밀어 갯벌 바닥을 더듬으며 먹이를 찾는다. 이렇게 갯벌에 쌓인 찌꺼기를 먹어 없애기 때문에 갯벌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번식은 주로 봄과 여름에 한다. 암컷은 모래 속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한동안 물속을 떠다니다가 땅에 내려와 살게 된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멀리 이동하지 않아 서식지를 잃으면 다시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다.
대추귀고둥은 한국, 일본, 대만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는 곳이 많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서해안 갯벌에서 집중적으로 살고 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해 조금만 조건이 나빠져도 쉽게 사라진다.
대추귀고둥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무안 갯벌에서 대추귀고둥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5년 전이다. 이후 자취를 감춰 한동안 자생이 중단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년 전부터 일부 개체가 다시 관찰되기 시작했고 올해는 그 수가 200마리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추귀고둥, 위협받고 있는 서식지
대추귀고둥은 특정 조건에서만 살아남는다. 특히 피신처 역할을 하는 갯잔디 군락이 필수적이다. 물의 흐름이 너무 빠르거나 바닥이 굳어지면 정착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지금처럼 일정한 습도와 염도, 피신처 역할을 하는 식생이 유지돼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갯벌 근처 농지에서 흘러드는 토사가 대추귀고둥의 서식지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유입된 토사가 갯잔디 위를 덮으면 귀고둥은 은신처를 잃는다. 식생이 줄어들면 개체 수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니터링 결과 일부 구간에서 갯잔디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갯잔디가 줄어들면 대추귀고둥뿐 아니라 다른 갯벌 생물의 서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무안 갯벌에는 저어새, 노란부리백로처럼 멸종위기종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이들 역시 식생 훼손에 민감한 종이다. 따라서 대추귀고둥의 귀환은 갯벌 생물 전체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이런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와 현장 관리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현장에는 일부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으나 표지판만으로는 토사 유입을 막기 어렵다. 비가 내릴 때마다 농경지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오고 갯벌 바닥은 그만큼 속도를 잃고 피폐해진다. 일부 구간은 벌써 갯잔디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여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유입원을 차단하거나 완충지대를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주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생물 서식에 필수적인 수생 식물의 보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식지 보호는 단기간 조치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무분별한 개발과 방치된 수로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