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각계 추천 7개 후보군 중 명칭 선정 이후 국힘 시의원들 일방 변경
탄핵 반대 시의장이 계엄옹호 등 물의 빚은 의원 2명 운영자문위 추천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고 창원에 건립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임시 개관 전후로 줄곧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명칭 선정 과정부터 운영자문위원회 구성, 전시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민주화단체를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대로 정식 개관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민주주의전당 건립 경과를 짚어보고, 논란이 된 사항들과 그 배경을 짚어보는 기사를 두 편으로 나눠 송고합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건립 이전 명칭 선정부터 임시 개관 이후 전시 콘텐츠와 운영자문위원회 구성에 이르기까지 줄곧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들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중 몇몇은 민주화 기념 건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12·3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주의전당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6·29 선언에 맞춰 오는 29일 열 예정이던 민주주의전당의 정식 개관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명칭, 사실상 국민의힘 일방 결정
21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민주주의전당 필요성은 2010년대부터 지역에서 거론됐다.
본격적인 건립 움직임은 더불어민주당 허성무(창원 성산) 국회의원의 민선 7기(2018년 7월∼2022년 6월) 창원시장 재임 시절 가시화됐다.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과 창원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다. 창원은 3·15의거, 부마 민주항쟁의 발상지로, '민주성지'로 불린다.
시는 2019년 민주주의전당 건립추진위원회 발족, 2021년 설계 공모 등을 거쳐 2022년 4월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민선 7기 때 첫 삽을 뜬 민주주의전당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장이 바뀐 민선 8기에 접어든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그러나 민주주의전당 준공을 앞두고 명칭 선정 과정에서부터 지역사회에서 극심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민주주의전당 앞에 '자유'를 붙이는 것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넣는 것은 보수진영의 주장이다.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이런 표현이 독재시절 '반북'과 동일시됐다는 점을 들어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해왔다.
시청 실·국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시정조정위원회는 지난해 각계로부터 추천받은 7개 명칭 후보군 중 심의·의결을 거쳐 '한국민주주의전당'을 명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시의회 소관 상임위(당시 기획행정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주도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일방 변경이 추진됐다.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7개 후보군에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11일 민주주의전당 조례안을 심사한 기획행정위 회의록을 보면 "지자체 시설물 중 대한민국 국호를 쓰는 곳이 없다"는 시 담당 과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측 제안으로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토론 끝에 조례안이 수정된다.
수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
◇ 운영자문위에 김미나·남재욱 의원 포함…"민주주의 근간 흔든다" 비판 이어져
명칭 논란이 잠잠해진 뒤에는 운영자문위원회 구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주의전당 관리·운영 등에 대한 시장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할 운영자문위는 당연직 3명과 위촉직 12명으로 최근 구성됐다.
민주주의전당 조례는 운영자문위 구성과 관련해 당연직에 민주주의전당 담당 실국소장과 시의장이 추천한 시의원을 포함하도록 한다.
시의장 추천 시의원이 들어가도록 한 조항은 "위원회 구성을 보면 시의회는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추가·반영됐다.
당시 업무 담당 과장은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초안을 잡았었는데, 법제처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례에 넣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조항에 근거해 국민의힘 손태화 의장 추천을 받은 당연직 위원은 같은 당 김미나·남재욱 의원이다. 두 인물 모두 그간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수 차례 물의를 빚었다.
김 의원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원색적으로 비하하거나 민주화 기념 건물 등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보인 바 있고, 남 의원은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각계로부터 "극우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보존하기 위한 민주주의전당에 하필이면 두 인물을 추천한 손 의장의 결정을 두고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손 의장 역시 올해 초 극우 성향의 탄핵반대 집회에 잇따라 참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손 의장은 "조례상 명시된 권한"이라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은 확산일로다.
민주화단체와 지역사회단체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를 포함시킨다는 것은 전당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두 의원의 운영자문위 위원 배제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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