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물고기를 낚는 데 도움을 주는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던 새가 이제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바로 '민물가마우지'다.
이 새는 과거에는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목격되던 겨울철새였지만,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하천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며 전국에서 텃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하루 수킬로그램에 달하는 물고기를 먹으며 하천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강한 산성의 배설물로 주변 식생까지 훼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 주요 하천에서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개체 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포획과 조례 개정 등 대응이 시도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태계와 주민 생활 모두를 위협하는 민물가마우지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하천 생태계를 위협하는 민물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는 물속에 잠수해 헤엄치며 물고기를 잡는 수렵성 조류다. 넓은 물갈퀴를 이용해 빠르게 헤엄쳐 먹잇감을 포획하며, 유연한 목을 활용해 큰 물고기도 한입에 삼킨다. 과거엔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관찰됐으나, 최근에는 전국 하천에서 흔히 발견된다.
기후 변화와 하천 정비 등으로 생태환경이 바뀌면서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는 텃새화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번식지를 넓혀가는 중이며, 번식에 성공한 개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하루 평균 1kg 이상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하천의 은어, 송어, 어름치 등 향토 어종은 물론 양식어류까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에서도 가마우지가 잠수해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를 비롯한 토종 어종이 위험에 처했고, 배설물로 인해 식생과 수질 훼손 우려도 제기된다.
식생과 수질에도 악영향을 주는 민물가마우지
피해는 하천에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으로도 확산된다.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주변 식생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충주호의 한 섬에서는 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에 나무들이 집단 고사했고, 원주시 매지저수지의 거북섬도 같은 피해를 입어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양강 하류의 버드나무 군락도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배설물은 나무와 바위를 하얗게 만드는 '수목 백화현상'을 유발하고, 인산 성분으로 인해 수질에도 악영향을 준다. 청계천에서도 가마우지의 흔적이 포착되며 도심 생태계의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 가마우지 포획과 제도 정비 나선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민물가마우지 퇴치를 위한 대응에 착수했다.
지난 4월 강원 삼척시는 가곡천, 골지천, 오십천, 마읍천 등지에 서식하는 가마우지를 대상으로 6월까지 일제 포획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은어와 송어 등 향토 어종이 주로 가마우지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어 전북 장수군에서도 제도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남수 장수군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제376회 정례회에서 "장수천 등 주요 하천에서 민물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마구 포식하며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배설물은 나무를 고사시키고 여름철 악취로 주민 생활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수 군의원은 민물가마우지 대책으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민물가마우지 서식 실태 조사와 개체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토종어류 보호를 위한 하천 생태조사 및 보호구역 지정, 포획보상금 지급 체계 확립을 위한 '장수군 야생동물 피해예방 지원 및 피해보상에 관한 조례'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응이 늦어질수록 생태계 훼손과 주민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관계 부서의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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