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자동차 유통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온라인 전용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도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고용 불안과 맞물리며 충돌 양상까지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 혁신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일 시장조사기관 코히런트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장은 2022년 약 3280억 달러에서 2031년 7518억 달러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약 9~10%의 높은 성장률로, 완성차 업계의 유통 구조가 기존 오프라인 중심에서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100% 온라인 판매 체제를 운영 중이며, 혼다와 소니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첫 전기차 아필라를 미국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이 인수한 전기차 브랜드 스카우트도 향후 출시 모델을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중간 유통을 생략한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은 제조사에게는 이익률 확대, 소비자에게는 구매 편의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이점을 동시에 제공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협력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 영국·인도·유럽 등지에서는 자체 플랫폼인 ‘클릭투바이’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캐스퍼가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고, 최근에는 투싼·코나·베뉴까지 온라인 판매 대상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이벤트도 열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를 넘었고, BMW는 온라인 한정판 모델을 매달 선보이며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폴스타는 국내에서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온라인 거래액은 5조1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유통의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에 긍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일 경우 차량 가격을 약 4%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리점 방문 없이 간편하게 차량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유통 구조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온라인 판매 확대는 영업 일선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단순히 판매 채널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서비스, 금융, 정비, 부품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담·시승·계약·AS까지 이어지던 소비자 접점이 축소되면, 전체 산업 내 노동 구조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온라인 판매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직영점 판매직으로 구성된 노조의 반발로 본격적인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면 영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오프라인 기반 유통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 차량 중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모델은 ‘캐스퍼’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확대를 단순한 유통 방식 변화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통 재편이 기존 영업직뿐 아니라 부품업계와 정비·서비스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용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통 혁신은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현장 영업조직의 변화와 재교육, 직무 전환 지원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병행되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구조 전환에 따른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온라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기존 영업조직을 단순히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상담이나 고객관리 등 새로운 역할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산업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 조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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