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물가 진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미 금리차 확대, 환율 불안, 가계부채 증가 등 구조적 제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리 인하 여부보다 ‘언제, 어떤 맥락에서 내릴 것인가’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하며 네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2.00%포인트다. 한국은행이 7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격차는 2.25%포인트로 벌어지게 되며, 이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4월 평균 1444.31원에서 5월 1394.49원으로 하락하며 안정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와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환율 불안 외에도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 고리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는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 5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6조원 증가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했고, 오는 7월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금리 인하가 이 시점에서 단행될 경우, 대출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은 내부에 존재한다. 규제의 실효성과 부채 억제 효과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진 않았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역성장(-0.2%)했고, 연간 성장률도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침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하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으며, 당시 ‘연내 2~3회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하반기 통화정책 결정은 7월을 포함해 8월, 10월, 11월 총 네 차례 금통위 회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8월은 빠른 대응을 원하는 경기 측면에서 유리한 시점이다. 하지만 실제 재정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은 10월에 가까운 만큼, 금리 인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시간차를 고려한 조율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재정 확대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대응의 중심축은 통화에서 재정으로 점차 이동하는 양상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국정 공백으로 통화정책에 과도한 부담이 집중됐던 전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하가 단기적인 경기 자극 수단이 아닌, 재정정책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정책 시너지 확보 수단으로 재설정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의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가 아니라 ‘언제, 어떤 구조와 맥락에서’ 내릴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수렴된다. 한미 금리차와 환율 불안, 가계부채 급증, 경기 부진, 재정정책 집행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구조 속에서 통화정책은 더 이상 단독 플레이어가 아니다. 하반기 금통위는 이 복잡한 맥락을 어떻게 정밀하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의 파급력과 시장 신뢰도가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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