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결제 산업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PG·VAN사 등 전통 결제망을 구성해 온 사업자들은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중개 구조의 대체 가능성에 촘촘한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디지털자산 허브’ 구상이 속도를 내면서 정책적 환경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공약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유보적이었던 한국은행도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정부 및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질서에 대한 영향 우려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온 중앙은행의 태도 변화는 제도권 진입 기대를 키우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신호에 따라 자본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오후 3시 8분 기준, 신세계 I&C는 전 거래일 대비 26.51% 급등한 2만1950원에 거래됐으며, NHN KCP(9.51%), 한국정보통신(29.98%), KG이니시스(4.28%) 등 결제 관련 종목과 블록체인 보안 솔루션 기업 한컴위드(9.46%)도 동반 상승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중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카드업계는 잠재적 위협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금·미 국채 등 실물 자산 혹은 법정통화에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자산이다.
이로 인해 기존 결제 구조에서 필수적으로 작동하던 카드사, PG사, VAN사 등 ‘중개 패스’가 생략될 수 있어 수수료 기반의 전통 결제업 모델을 위협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결제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PayPal) 등은 자사 결제 네트워크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한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체 발행 실험도 병행 중이다. 국내 카드업계 역시 기술 투자와 결제 플랫폼 다변화 방향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카드업계는 현재로서는 단기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미리 잔액을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신용 한도를 기반으로 한 카드 결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현재 업황에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제화가 구체화될 경우 결제 생태계의 변화는 불가피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개발과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전략을 강화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용자 경험과 보안성 측면에서 기존 카드 인프라가 강점을 유지하는 영역이 있는 만큼, ‘결제 서비스의 질’ 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현재 약 2307억달러(한화 약 318조원) 규모로,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재무부는 ‘2028년까지 약 2조달러(한화 약 276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패스 없는 결제’라는 기술적 특성과 ‘법정화폐에 준하는 안정성’이라는 정책적 특성이 결합되면서, 단순 결제를 넘어 예치·송금·정산 구조 전반을 재구성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전통 카드업계는 단기 영향과 장기 구조 변화의 경계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단순한 결제 수단 제공자에서 벗어나, 기술·보안·플랫폼 융합의 결제생태계 설계자로 올라서야 향후 경쟁력도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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