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수십년간 장기 보유한 아파트를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를 팔고 노후자금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 점점 증가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경향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방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부동산을 매도하려는 고령자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에 30년 가까이 거주했다는 정모(67)씨는 최근 집을 팔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집을 팔면서 약 28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송파구에 있는 20평형대 아파트를 17억원에 구입해 이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국민연금으로 매달 170만원을 받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아파트를 처분했다"라며 "대치동 집을 계속 보유하고 싶었지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씨의 사례처럼 올해 들어 서울에서 베이비붐 세대 중심으로 20년 이상 보유한 집을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집은 5%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그 비율이 9.9%로 증가했다.
올해 1~5월 사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빌라 10채 중 1채가 20년 이상 보유한 집이었을 정도로 베이비붐 세대의 거래량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강남구는 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서초구와 양천구 등도 13%를 넘었다.
이러한 변화는 1955~1963년생인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발생했다. 이들은 은퇴 후 늘어난 생활비와 부족한 노후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인 아파트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 매도 후, 인근 신축 아파트 이사 경향 뚜렷해
그뿐만 아니라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64~1974년생도 은퇴를 시작하면서 부동산 처분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보유한 아파트를 처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산 정리와 자녀들에게 물려줄 자금을 확보하려 위해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고령자들은 종종 자식들에게 물려줄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자신은 대신 소형 아파트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구 대치동과 압구정동에서는 특히 주택 장기 보유자가 많은 편인데 이들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팔고 인근의 작은 평수로 이사하거나 현금을 마련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령자들은 자신의 생활비를 마련하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현금을 확보하려는 이유로 집을 팔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고액 아파트를 팔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신축 아파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주민들이 개포동 일대의 20평대 아파트를 최근 3년간 매수한 비율이 30%대에서 49%로 급증한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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