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국가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 건전 재정·재정 균형 원칙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 추경을 더 해야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작년 12월 3일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심해서 현장에서 어려워하고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입도 없는데 과도하게 마구 쓰면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 재정의 본질적인 역할이 있지 않는가"라며 "민간이 과열되면 억제하고, 민간 기능이 과도하게 침체되면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경의 내용에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라며 "현금 지원은 별로다, 차라리 건설 경기 부양이 낫다 등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 또 누구에게 지원하는 게 맞느냐도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제도의 취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추경안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경기 부양 요소나 부양 과정에서 국민이 혜택을 보는데 일부, 전부, 누가 더 많이 혜택을 보게 하고, 누구는 제외하는 게 맞는가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 경비를 지출하는데,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보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어야 하느냐, 아니면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여야 하느냐 (하는 논쟁이 있다)"며 "저는 반사적 혜택을 국민이 공평하게 누리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이 더 많이 혜택을 보지는 못해도 최소한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과) 비슷하게는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재정 지출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양면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서, 일부는 소득지원의 측면에서, 일부는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공평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 관련 부처에서 이를 잘 고려해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추경안에는 국민 1인당 15∼50만 원씩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모두에게 소비쿠폰을 동등하게 나눠주는 '보편 지급'을 주장한 여당 기조를 반영하면서도 취약층 혜택을 늘리는 선별 개념을 병행한 방식이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민원 처리와 관련 "국민이 정부, 행정으로부터 무시당했다, 소외당하고 있다, 억울하게 처분받았다, 해 줘야 할 것을 안 하고 있어서 배제됐다,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 시간을 줄이고,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 민도가 매우 높아서 안 되는 것에 생떼를 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설명이 부족해서 그렇다. 한두 시간, 두세 시간씩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권위 있는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설명해 주면 거의 다 수긍한다"면서 "진지하게 민원을 대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을 향해 "우리가 쓰는 시간의 양은 곱하기 5200만의 가치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결정이나 판단은 5200만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가끔은 국가 운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들을 조금 더 해달라.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법률안 1건, 대통령령안 15건,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일반안건 23건이 심의 의결됐다. 외교부가 준비한 G7 정상회의의 주요 성과와 후속 조치 계획을 포함해서 정부 부처와 위원회 별로 현안 보고도 진행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현재 경기 진작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누가 얼마를 더 받느냐에 따른 혜택의 온당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추경의 기본 기조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최근 경기 부진과 민생의 어려움,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30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밝히면서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강 대변인은 "첫째,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건설경기 활성화 등, 경기 진작을 위해 15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며 "특히,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에서 5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10조 3000억 원의 국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둘째, 취약차주 채무조정 패키지 등, 민생 안정을 위해 5조 원을 투자한다"며 "셋째, 세수 부족 예상분을 보강하기 위해 세입경정을 10조 3000억 원 규모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추가경정예산(안)은 22개 기금운용계획변경(안)과 함께, 국무회의 의결 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로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이번 추경이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의 마중물이 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추경으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세수 기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증세를 고려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추경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커졌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 경기 진작이나 경기 대응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경기 진작과 경기 대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서 이번 추경 편성 시에는 가용 재원을 적극 발굴해서 국채 발행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편 지급' 또는 '선별 지급' 중 어느 쪽에 방점이 있는지를 묻자 "조금씩 지원금을 다르게 받긴 하지만, 아무도 못 받는 국민 없는 전 국민 지원이 원칙"이라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다른 안건으로는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국민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12.29 여객기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 결의됐다.
강 대변인은 해당 안건에 대해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의 실현이자 실행"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서는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한 현황을 물었고, 국내 고용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방안을 찾아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법무부 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이 보충 설명하는 입체적인 회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G7 정상회의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을 초대했던 경주 APEC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강 대변인은 "(경주 APEC) 개별 정책과 홍보 예산 책정 및 관리의 효율성과 합리성에 대해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비롯한 8개의 배석 부처의 현안을 보고 받았다"며 "이 중 2개의 배석 부처 현안 보고가 마무리됐고, 6개는 다음 국무회의로 순연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번 추경안을 위해 당정은 전날 정책협의회를 열고 추경에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을 반영하고 선별적 방식이 아닌 전 국민 보편지원 형태로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모든 국민에게 민생회복 지원금이 보편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며 "정부도 이런 입장을 그대로 받아 보편지원 원칙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올해 1차 추경은 지난달 당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13조 8000억 원 규모로 심의·의결됐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경안에 따르면, 국민 1인당 15만 원~50만원 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는다. 소득 계층별로 상위 10%(512만 명) 15만 원, 일반국민(4296만 명) 25만 원, 차상위층(38만 명) 40만 원, 기초수급자(271만 명) 50만 원이 지원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100만 원어치 쿠폰을 받는 셈.
이재명표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도 확대 발행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배드뱅크'(채무조정기구)에도 4000억 원을 투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에 설치·가동된다. 7년 이상 장기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채무가 탕감된다.
이와 관련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새 정부는 국민과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추경안을 마련했다"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경제 상황과 민생 어려움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기에 국가재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국회 심사 절차를 고려하면 이르면 내달 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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