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농업계 내부에서 ‘남태령의 기적’을 단지 일회적 성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농민운동의 변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민들이 성평등, 청년, 이주민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시민과의 연대를 지속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한국농정신문, 농업먹거리청년모임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우리는 남태령을 넘었는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남태령’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2일에 걸쳐 윤석열 구속과 농업 4법 시행을 촉구하는 농민들로 결성된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이 경찰과의 대치 끝에 1만여 시민들의 합류로 서울에 입성한 투쟁을 일컫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지난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서 ‘물대포’는 기억해도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이라는 외침은 희미해진 것처럼 농민들이 트력터를 몰고 온 이유는 희미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이기도 한 정은정 작가는 “번번이 거부됐던 농업4법이 어떻게 실현될지 시민의 매서운 눈길이 필요하다. 농민운동은 이 관심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실천 지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농업4법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안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이다. 정 작가는 “그날의 트랙터와 응원봉의 만남은 우연성이 촉발한 것”이라며 “느닷없는 만남으로 농민들도 응원봉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고 그 말들이 갖는 메시지는 자체로 농민운동의 숙제로 남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날의 응원봉은 응원이자 농민운동에 ‘청구서’로도 남았다”고 강조했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전농 차원에서 아직 남태령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권 사무총장은 “남태령이 무용담으로 넘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시민과 농민의 연대를 어떻게 확장시키고 지속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그래서 숙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더디지만 이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트랙터는 남태령을 넘었지만 농민의 요구는 아직 남태령에 남아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신 사무총장은 “사회대개혁을 통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농민은 농민의 요구를 멈출 수 없다. 소수자 간의 연대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때”라고 다짐했다.
윤금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사장은 “다양한 사람이 모인 남태령 연대는 소수자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줬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연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남태령 투쟁의 불씨를 제공한 농민운동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진단했다. 윤 이사장은 “다시 농민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지역 현장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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