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진에어 소속의 일부 부기장이 허위 비행경력 서류로 입사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국내 항공사들 사이에서 ‘허위 경력증명’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19일 항공운송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부산지방항공청이 무안공항의 한 항공전문교육기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교육생들의 비행 로그북(비행기록일지)이 조작된 것을 발견했다. 규정상 훈련생들은 10시간 이상 비행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 받은 시간은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 특히 로그북 조작은 변법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부산지방항공청은 곧바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현행 항공안전법 제43조에는 ‘항공 종사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 증명이나 항공 신체검사 증명 등을 받은 경우 국토부 장관은 취소 또는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효력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작된 로그북으로 진에어에 입사한 조종사 수는 총 13명. 이 중 2명은 이미 부기장으로 승급했다. 한 마디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교육생이 항공사에 조종사로 입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같은 교육기관인 써니항공에서 비행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10명이 넘는 교육생이 서류 조작으로 항공사에 입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산지방항공청과 조종사 자격 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도 진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항공사들 사이에서 국토교통부가 국내 전 항공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업계가 술렁거렸다. 현직 조종사들도 이번 사태가 전수조사로 확대될 경우,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 국토교통부는 전수조사에서 한발 물러나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는 하지 않고, 자체적인 내사 진행 후 관련자들에게 행정처분만 내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분 수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처분으로는 면장(조종사자격)유지하고 재교육 없이 ‘경고’ 수준에 그칠 수 있지만, 고의성이 인정돼 최대한의 처분이 내려진다면, 면장 취소는 물론 2년간 자격 취득이 금지되는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부정취업으로 이들을 채용한 진에어도 난감한 상황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에 맞춰 조종사를 확보 중인 가운데 ‘부정취업’이라는 불똥이 튄 것이다. 진에어 내부 관계자는 “일단 해당 조종사는 비행이 정지된 상태”라면서 “향후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조종사 확보가 시급한 회사로서는 이들의 면장을 취소하고, 재취득하는 것이 현실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라면서 “면장 취소 후 재취득까지 3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국내 조종사들의 해외 항공사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현직 항공사 기장에 따르면 최근 해외 항공사 취업 시 경력 증빙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등 해외 인증기관은 개인 로그북과 함께 경력증명서, 동료 기장들의 면장 번호나 서명 등 추가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심지어 일본 항공사는 면접 시 별도의 직원이 로그북을 직접 계산해 제출 서류와 일치하는지 검토하는 등 매우 엄격한 절차가 적용된다.
그는 “국가가 보장하는 자격에 대해 신뢰가 무너지면, 취업하려는 해당국 항공사로부터 더욱 엄격하고 상세한 증빙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때 베트남에서 비행시간 조작 문제가 불거진 후, 베트남 출신 조종사들이 타국 항공사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같은 로그북 조작을 줄이기 위해서는 엄격한 비행기록관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비행 종료 후 영수증 제출, 엔진 가동 시간 기록 등 교차 검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면장 취득 시 비행기록 경력증명서만으로도 절차가 마무리되는 등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와 비행 기록을 연계해 점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를 투명하게 공표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개인 기록 관리는 본인의 책임”이라면서 “누구나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결국 에어맨십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즉 부정에 대한 조종사들의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제도와 윤리의식 모두를 강화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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