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지난 2002년 K리그 전북 현대 외국인 선수 에드밀손은 부산 아이콘스(현 부산 아이파크)의 ‘장신 공격수’ 우성용을 극적으로 제치고 최고령(만 34세) 득점왕에 올랐다. 에드밀손은 시즌 초반 우성용에게 밀렸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시즌 2경기를 남기고 우성용이 1골, 에드밀손이 2골을 넣어 순위가 뒤집혔다. 결국 최종전에서 두 선수가 1골씩을 기록해 에드밀손이 14골, 우성용이 13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늦게 핀 꽃’ 주민규(대전 하나 시티즌)는 23년 만에 최고령 득점왕 타이틀을 바라보고 있다. 주민규가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르면 당시 에드밀손보다 한 살이 많은 ‘만 35세’ 득점왕이 된다. 주민규는 18일 대전 홈에서 열린 김천 상무전(0-0 무)에서 후반 39분 시도한 헤더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10골(19경기)로 여전히 리그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19경기에 나서 12골을 넣은 1위 전진우(전북)와는 2골 차이다. 23년 전 에드밀손처럼 향후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민규는 몸싸움,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나며 헤더는 물론 동료들과 연계해서 득점하는 능력도 갖췄다. 대전이 올 시즌을 앞두고 주민규를 영입한 이유다. 주민규는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 SK) 소속으로 생애 첫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년 본지와 인터뷰에서 득점왕 출신인 정조국 당시 제주 코치에게 공격수로서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밝혔다. 주민규는 “정조국 선배는 박스 내에서 움직임이 너무 좋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골을 넣는다. 2020년에는 동료로 선수 생활을 같이했는데 움직임이나 골 넣는 방법들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1984년생인 정조국은 2016년 만 32세에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주민규는 정조국은 물론 이제는 황선홍 대전 감독과도 비교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1999년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면서 만 31세에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상대적으로 선수 수명이 짧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당시 만 31세라는 나이는 지금의 주민규 나이와도 비교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저도 35세까지 축구를 해봤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판단이나 센스는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이다. 주민규는 패스, 슈팅 감각 등이 훌륭한 선수다. 공격 지역 연계나 슈팅 타이밍은 (선수 시절)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주민규의 올 시즌 초반 페이스는 2021년과 2023년 득점왕 때보다 빨랐다. 시즌 초반 7경기에서 6골을 넣는 남다른 득점 감각을 뽐냈다. 현재까지 총 27개의 슈팅을 때려 10골을 넣으며 상당한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36개의 슈팅을 날려 12골을 넣은 전진우보다 골 결정력 측면에선 더 훌륭하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다시 홀수 해인 올해 통산 3번째 득점왕을 노린다. 수상 시 최고령 득점왕과 함께 사상 최초 토종 선수 3회 득점왕 대기록을 세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