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상정한다.
이번 1차 추경은 총 13조8000억원 규모로, 하반기 2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최대 3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심에는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 있다. 여기에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지역 소비쿠폰 등 ‘보편+선별’ 혼합지원 방식이 결합됐다.
전날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윤곽이 드러난 이번 추경에는 지역화폐와 소비쿠폰의 차등 지원, 인구소멸지역 특별예산, 자영업자 채무조정, 긴급복지 확대 등 민생 회복과 지역 활력을 아우르는 항목이 포함됐다.
◇코로나 지원금 실패의 반면교사, 이번엔 달라졌나
이번 추경은 2020~2021년 재난지원금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보편 지급에서 선별 지급으로 급선회하며 정책 신뢰가 흔들렸고, 행정 혼선과 정치적 공방이 겹치며 혼란이 컸다. 이러한 시행착오가 혼합지원 설계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이번 추경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일시적 소비 유도로 그쳤고, 고용 창출이나 지역경제 회복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화폐를 연계했지만, 효과는 단기적이었다. 이번에는 지역별 소비쿠폰, 인구소멸지역 맞춤형 예산 등 보다 정교한 접근이 시도됐지만 여전히 현금 중심 지원이다.
고용·투자·지역 산업과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또다시 ‘일회성 소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복지기관·소상공인과 연계한 복합적 소비 생태계, 데이터 기반 인프라 설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혼합지원 모델, 데이터 없이 작동 불가능
이재명 대통령은 “보편을 원칙으로, 취약계층은 두텁게”라는 철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이 원칙은 혼합지원이라는 구조로 구체화됐지만, 이중 구조가 현장에서 충돌 없이 작동하려면 ‘정교한 데이터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는 중앙정부가 보편, 지자체가 선별을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다. 이 체계에선 중복 지급, 사각지대, 행정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세청·건보공단·지자체가 보유한 소득·자산·부채 정보의 통합과 AI 기반 자동 선별 시스템이 필수다. 정책 효과 분석과 중복 방지 기능을 갖춘 실시간 피드백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정교한 행정 시스템 없이는 혼합지원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 이벤트로 소모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지원금, 정치 이벤트화 경계
이번 보편지원금은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집행된다. 2020년 총선 직전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이 ‘정치 이벤트’로 비판받았던 전례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지원금이 반복될수록 국민의 정책 피로도는 커지고, 정책이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구조에 대한 불신은 심화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책 설계와 정치 일정의 분리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책 목표·수단의 정합성 공개 ▲추경 집행 이후 정부 효과 분석 보고서 의무화 등이 제도화돼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 성과 기반 예산 차등 배분, 독립 검증기구의 사후 평가 시스템도 고려할 수 있다.
◇혼합지원의 성패, ‘작동 시스템’에 달렸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예산 불용이나 기금 전용이 아닌 세입 경정에 기반한 정공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책의 진짜 평가는 국무회의 통과 이후부터다.
이번 추경이 단순한 생계비 지원을 넘어, 민생 회복과 지역경제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정치 일정과 정책 설계의 분리 ▲보편+선별 구조의 유기적 연계 ▲정교한 데이터 기반 행정 시스템 구축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혼합지원이라는 중간 지대를 제도화한 것은 진전이지만, 단기 소진성과 정치 이벤트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정책 효과 검증 체계, 행정 시스템 정비, 정치 일정과 분리된 실행 구조가 있어야 제도적 진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신뢰는 반복에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작동하는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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