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손놓은 K-조선...美 입항수수료에 '부메랑' 맞은 국적 선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벌크선 손놓은 K-조선...美 입항수수료에 '부메랑' 맞은 국적 선사

한스경제 2025-06-19 06:00:00 신고

3줄요약
운항중인 벌크선./연합뉴스
운항중인 벌크선./연합뉴스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중형 조선사조차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한 지 오래인 벌크선의 건조에 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뛰어들도록 선·화주, 선급, 기자재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공론화됐다. 

성창경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최근 개최된 ‘한국선급 창립 65주년 기념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벌크선은 석탄, 양곡, 철광석, 사료, 일반 기계류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을 말한다.

성 상무는 “벌크선은 물론 현재 중국 조선소에 수주를 거의 빼앗긴 탱커(유조선), 피더 컨테이너선(중소형 선박)과 아직까지 한국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같은 가스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다른 선종도 클러스터와 연계시키는 공급망 구조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 상무의 이같은 주장은 중국 해운·조선산업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4월 시행한 항만 수수료 부과에서 파생된 글로벌 해사산업 공급망 개편 이슈에서 출발한다.

USTR의 항만 수수료 부과 방안에 따르면 중국 선사 소속이거나 중국에서 건조된 벌크선은 화물을 싣지 않고 미국 항만에 입항해 화물을 적재한 후 출항할 경우 수수료 지급 의무가 없다.

하지만 USTR이 현재 검토 중인, 머지않아 실행에 옮길 확률이 높은 강화 방안에는 화물 적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간다는 지적이다.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벌크선을 소유·운용하는 국내 선주 및 선사들이 USTR의 강화된 중국 해사산업 제재안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해사산업 견제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국내 선주, 선사가 휘말린 것은 국내 조선소가 벌크선의 건조를 사실상 포기했던 문제에서 비롯된다. 10여년 전부터 벌크선은 저렴한 인건비와 한국을 거의 따라잡은 기술력 등으로 중국이 수주를 독식해 온 선종이다.

대형 조선3사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시 벌크선을 주력 선종으로 해 영업과 수주를 하던 일부 중형조선사들도 이 시기 이후 선가가 30% 이상 차이가 나는 벌크선을 중국과의 수주전에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사실상 수주를 접었다.

당시 국내 벌크선 운송 선사들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 조선소에 적지 않은 수의 선박을 발주했다. 이날 성 상무도 “HD현대 조선 계열사에서 건조한 벌크선은 3년 전 인도된 선박이 마지막”이라며 “모 국적 선주사가 발주한 이 벌크선도 애초에 선주사 측에서 높은 가격을 이유로 국내 조선소와 계약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정부에서 그나마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을 하는 등 선주사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에 신조 행선지가 중국이 아닌 울산으로 겨우 결정됐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는 미국과 중국의 해사산업 패권 장악 이슈가 없었지만 세월이 흘러 중국산 벌크선을 소유·운용하는 한국 선주사들에게 국내 조선사가 벌크선 수주를 거부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웃 일본은 한국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최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상무는 “일본은 경제성, 기술 경쟁력 여부를 떠나 자국 조선소에서 벌크선을 건조하고 있다”며 “벌크선 건조와 관련 선주와 화주, 조선소, 선급 등이 클러스터화돼 있고 여기에 정부 주도의 재정투입과 세제 지원이 결합해 있다. 일본의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조선소 입장에서도 이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성 상무는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조선산업 생태계 입장에서 벌크선, 탱커 등을 중국에 내주다가는 국내 산업이 버틸만한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며 “중형 조선사가 없어지면 관련 선종 자체도 덩달아 사라지고 기자재업계에도 불똥이 튀는 등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벌크선 다음으로 탱커도 중국으로 상당 부분 넘어간 상태이며 현재 국내 조선소가 수주하는 선종은 가스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언제 시장을 중국에 내줄지 모른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클러스터화를 추진해야 한다. 선종도 벌크선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탱커와 가스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전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해사 클러스터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석한 남창섭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미국발 공급망 개편과 관련 대·중소 조선소 간 협력관계 강화와 기자재, 선주, 선사, 화주까지 클러스터화하는 것도 고려할 시기”라며 “추진 시 깊은 연구와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성 상무는 “조선소 입장에서 일정 수준의 국적선 발주가 이뤄져야 안정적으로 수주 물량을 채우고 영업, 건조에 전념하는 등 기본적인 야드·회사 운영이 가능하다”며 한국 선주사들의 국내 조선소 발주도 솔직히 주문했다.

이러한 이슈는 벌크선, 탱커의 국내 건조를 밑바탕으로 전시·비상사태에 대비해 필수 화물수송 소요를 산정하고 (벌크선·탱커를 중심으로)국가안보선대를 보유·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