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흐릿한 얼굴 위로 흰 빛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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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흐릿한 얼굴 위로 흰 빛이 흐른다

메디먼트뉴스 2025-06-18 16:46:24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밀레니엄 맘보' 포스터
영화 '밀레니엄 맘보'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2001년,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대만 타이베이의 한 청춘을 통해 세기말의 공기와 불안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고 영화 <밀레니엄 맘보> 가 2024년의 마지막 날,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유예된 미래, 끝나지 않은 사랑, 어디론가 흘러가는 자아. 이 모든 혼란의 감정들은 흐릿한 조명과 내레이션 속에서 잔잔하게 반복된다.

2001년의 비키가 말한다. 나는 그해 여름, 하오하오와 헤어졌다.

이야기는 주인공 비키(서기)의 10년 후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관객은 과거로 회귀한 듯한 시공간 속에서, 클럽과 좁은 방, 네온사인과 어두운 터널 사이를 부유하는 비키의 감정을 따라간다. 그의 연인 하오하오(투안 춘하오)는 집착과 불안, 감시로 비키를 옥죄는 존재이며, 비키는 이 무력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잭(고첩)을 만난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이 곧바로 해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잭은 친절하지만 어딘가 미지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다. 그는 안정감을 주지만, 감정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감을 지닌 채 등장한다.

밀레니엄 시대, 방황하는 청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시나리오 없이 촬영을 시작하고, 즉흥적인 연기와 반복되는 장면들을 통해 현재를 살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청춘의 심리를 그린다. 화면 속 비키의 얼굴은 자주 흐릿하게 찍히고, 공간은 명확한 동선 없이 편집된다. 마치 그녀의 삶이 고정된 방향 없이 흘러가듯 말이다.

Y2K, 밀레니엄 버그, 세기말 정서가 가득했던 2000년 초반. 영화는 그 불안과 공허를 타이베이의 클럽, 번화가, 육교 아래에서 감각적으로 포착해낸다.

조명과 사운드로 구현한 심리의 풍경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빛과 사운드다. 클럽의 네온 조명, 터널을 통과하는 EDM 비트, 흐릿한 흰색 조명은 모두 비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 고통과 해방의 경계는 모호하다.

후반부, 비키는 일본 유바리의 눈 덮인 골목에서 걷는다. 차가운 흰빛과 하얀 설경은 대만의 혼란한 도시 풍경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비로소 스스로의 삶을 서술할 수 있는 첫 장면을 만들어낸다.

흐릿한 얼굴 위로, 하얀 빛이 흘렀다

<밀레니엄 맘보> 는 이야기의 명확한 기승전결보다는,  감정의 흐름과 정서적 여운을 우선시하는 작품이다. 서사의 단단한 구조보다는 몽환적인 감각이 앞서고, 주인공의 혼란과 방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서기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타이베이 청춘의 가장 조용하고도 서글픈 초상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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