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이달 내 SK텔레콤의 영업 정상화가 예상되자 KT와 LG유플러스는 SKT 해킹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보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T가 4월 22일 "악성코드로 유심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유심 대란이 발발한 이후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양사는 보안 관련 서비스를 크게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전국 1800여개 매장을 보안 전문 매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달 전국 매장에서 방문한 고객 스마트폰의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스미싱·피싱 예방법을 안내하던 것을 확대한 조치다. 이에 따라 보안 교육을 받은 매장 직원들이 앞으로 고객에게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7월까지는 KB손해보험과 제휴한 피싱·해킹 보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보안업체와 협력해 AI 에이전트 '익시오'를 비롯한 모바일 서비스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KT도 지난달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매장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피싱·해킹 안심 보험'을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전사 차원의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전사 모의해킹 및 취약점 진단, 보안 관제 루션 고도화, 전사 임직원 교육, 내부 직원 대상으로 버그 바운티(오류신고)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진행한다.
이는 SKT가 보안 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통신 시장 전반에 보안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집계에 따르면 SKT 해킹 사태가 처음 알려진 지난 4월 22일 이후 SKT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12일 기준 30만1528명, SKT에서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24만6585명을 기록했다.
이통3사 본사는 공식적으로 해킹 사태를 마케팅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프로모션과 보안 서비스 홍보가 SKT 이탈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통3사가 보안 마케팅을 강화하는 이유는 단기간 매출 상승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통신사 변경은 번거로운 일인 만큼 소비자들의 스위칭은 보수적으로 이뤄지지만, 충성도가 낮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쟁사들이 보안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SKT보다 월등히 낫다는 느낌은 없다. 소비자 이탈은 타사의 보안 역량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SKT에 대한 '괘씸죄'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이통3사의 차별화 요소는 ‘보안’이 될 전망이다. 경쟁사들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브랜딩에 성공할 경우, 고착화된 시장 순위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통신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보안 역량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SKT의 보안 사고는 SKT 스스로도 감지하지 못했던 서버 내 악성코드에 기인한 만큼, 향후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희 교수는 "KT와 LG유플러스가 보안 투자 없이 마케팅 차원에서만 ‘보안 우위’를 내세울 경우 향후 유사 사고 발생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영애 교수는 “소비자들은 이슈의 여파를 오래 기억하지 않으며, 통신사를 바꾸는 고객은 일시적인 혜택만을 노리는 ‘체리피커’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보안 업계는 이통3사가 현재 보안 체계 고도화와 정부 조사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보안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를 모두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SKT의 사고가 향후 타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안 이슈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만큼, SKT의 사고를 마냥 경쟁사의 기회로만 보긴 어렵고 업계 전체의 잠재적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곧 영업을 정상화할 SKT는 보안투자를 높여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023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보 보호 투자액을 전년 대비 43% 증가한 632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LG유플러스에서 발간한 정보보호백서에 따르면 기업은 118개 사이버안전혁신 과제를 수립하고 CEO 직속 사이버보안센터와 전담 혁신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3개 팀 체계는 11개 팀으로 늘렸고 정보보호 인력은 157명으로 기존 대비 40명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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