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농장, 호텔, 식당 등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는 업종에 대한 단속을 잠정 보류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수일 만에, 다시 단속 재개를 지시하며 방침을 뒤집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이민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내부 갈등에 따라 흔들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농업 및 관광업계가 핵심 인력을 잃고 있다"며 단속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같은 날 미 국토안보부는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에 농업, 식품가공, 호텔 등 업종을 단속 대상에서 일시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인 17일, ICE는 앞선 지침을 철회하고 해당 업종에 대한 단속을 재개하라는 지시를 각 부처에 하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작업장 단속을 즉시 재개하라"며 공개적으로 지침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방침 변화에는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업계의 의견을 수용하려 했으나, 이민 강경파들의 반발로 결국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특히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단속 유예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며 강경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보부 트리샤 매클로플린 차관보는 "폭력적인 범죄자를 보호하거나 ICE의 작전을 방해하는 산업에는 더 이상 안전 공간이 없다"며 "작업장 단속은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 경제 안정성을 위한 핵심 조치"라고 밝혔다.
이민자 노동력이 밀집된 지역 사회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현지 언론들은 일부 농산물 시장과 식당, 자영업자들이 단속 강화 움직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 과일 도매상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우려를 표했고, 한 멕시코계 레스토랑 운영자는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직원들이 출근을 꺼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 방침이 단순한 법 집행 차원을 넘어, 지역 경제와 연방·주정부 간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농업·관광 분야의 경우,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속 강화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책 일관성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한 이민 정책 전문가는 "ICE 지침이 일관되지 못하면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추방 정책이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던 호텔과 리조트 산업의 현실을 인식하고 한때 유연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내 강경 기조로 회귀했다.
향후 이민 단속은 농장과 호텔을 넘어 도시 공장, 식품 가공업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ICE의 활동이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주정부는 이에 대한 반발로 독자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방침 번복은 미국 내 이민 정책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농촌과 도시, 산업과 정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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