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의 최근 고용 흐름이 뚜렷이 엇갈렸다. 삼성과 현대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용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며 ‘고용 견인차’ 역할을 이어갔지만, SK와 LG는 구조조정과 업황 악화 등의 여파로 고용을 줄이며 상대적으로 위축된 흐름을 보였다.
특히 SK는 2년 연속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 전체 고용 인원이 10만명 초반대로 떨어졌고, 그룹 내 계열사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기업분석 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18일 발표한 ‘2023~2024년 대기업 고용 변동 분석’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92개 그룹 소속 국내 계열사 3301곳의 2024년 기준 고용 인원은 187만 23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3년) 말 기준인 183만 9299명 대비 3만 3047명 늘어난 수치로, 증가율로는 약 1.8% 수준이다.
하지만 직전년도인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5만 5919명이 늘며 3.1%의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어, 최근 1년 새 대기업 고용 확장 속도는 둔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사업재편, 경기 불확실성 등에 따라 고용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단일 기업 ‘고용 왕좌’…쿠팡, SK 추월 눈앞
작년 기준 ‘고용 1만 명 클럽’에 이름을 올린 개별 기업은 총 30곳. 이 중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12만 3411명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7만 8159명으로 2위에 오르며 현대자동차(7만 5409명)를 제치고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룹 전체 기준으로도 삼성은 28만 4761명으로 가장 많은 고용을 책임지고 있으며, 2017년 이후 7년 연속 고용 규모를 키워왔다. 현대차 그룹도 2020년 16만 6925명에서 2024년 20만 명대로 올라서며 삼성과 함께 ‘고용 20만 명 클럽’을 형성했다. 이로써 삼성과 현대차는 명실상부한 국내 고용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주목할 점은 쿠팡의 고용 확장세다. 올해 10만 명 돌파가 유력시되며, 내년에는 SK그룹을 제치고 고용 규모 순위 4위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물류 자동화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쿠팡의 고용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K·LG, 2년 연속 고용 감소…구조조정·업황 불황 겹쳐
반면 SK그룹은 최근 1년 새 가장 많은 인원이 감소한 그룹으로 나타났다. 2023년 11만 4950명이던 직원 수는 2024년 10만 8301명으로 6649명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2년 새 총 1만 6198명의 인력이 줄어들며 급격한 고용 축소 흐름을 보였다. 이는 계열사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리밸런싱 전략 등 SK그룹의 조직 개편이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엠앤서비스(1477명) ▲에프앤유신용정보(1254명) ▲SK스페셜티(821명) ▲SK렌터카(655명) 등 수천 명 단위의 인원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공정위 공시 기준 SK그룹에서 제외된 점이 고용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됐다. 그룹의 국내 계열사 수도 1년 사이 219개에서 198개로 21곳 줄었다.
LG그룹도 2023년 15만 4941명에서 2024년 14만 9459명으로 5482명 줄며 두 번째로 고용이 많이 감소한 그룹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에서 각각 2600명, 2200명 이상 줄어든 점이 고용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 역시 2022년 이후 2년 연속 고용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전자·디스플레이 업황 부진과 실적 저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한진 고용 ‘폭증’…계열사 편입 효과 뚜렷
92개 그룹 가운데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늘어난 그룹은 46곳, 줄어든 그룹은 41곳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5곳은 신규 지정되거나 고용 변화가 없었다.
고용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그룹은 이커머스 강자 쿠팡이었다. 쿠팡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23년 8만 4702명에서 2024년 9만 9881명으로 1년 만에 1만 5179명 늘었다. 특히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단일 기업으로만 7만 8000명 이상을 고용하며, 사실상 국내 물류·배송 인프라의 최대 고용처로 자리매김했다.
한진그룹도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등 항공 계열사의 인수로 고용 규모가 급증했다. 한진은 2023년 2만 8378명에서 2024년 4만 1470명으로 1년 새 무려 1만 3092명 증가해 쿠팡에 이어 고용 증가 폭 2위를 기록했다. 항공산업의 인력 수요 확대와 계열사 재편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 외에도 ▲삼성(6477명 증가) ▲현대차(6188명 증가) ▲HD현대(2834명 증가) ▲CJ(2780명 증가) ▲한화(2378명 증가) 등 전통 제조·에너지 대기업들도 두 자릿수 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는 수년째 고용 규모를 안정적으로 늘려오며 국내 고용의 중심축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고용 88%, 여전히 대기업 외부에 존재
한편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공정위가 지정한 92개 대기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12.2%에 불과하다. 즉, 전체 일자리의 약 88%는 여전히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등 대기업 외부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기업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고용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한정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속적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세제·기술 정책이 시의적절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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