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격화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지역 전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긴장 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국내 석유 수급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분쟁 장기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업계에선 현 상황 위험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크다는 진단도 나오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내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업체들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중국 저가 물량공세로 부진한 실적을 낸 와중에 갑작스런 원유 가격 급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 설비를 연신 공격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6일 기준 배럴당 71.7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중순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던 WTI 가격은 이후 전반적 하락세 속 지난 5월 달에는 6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6월 들어 중동 전쟁 위협이 불거지자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번 유가 상승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선물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 및 군 수뇌부를 겨냥해 공습을 가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오르자 국내 정유업계 셈법도 복잡해졌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과거 저가에 들여온 원유 재고 장부상 가치가 상승해 일시적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러한 실익 효과가 일시적 착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고 평가이익은 가격이 다시 내려가면 사라지는 일시적 수치라 수익으로 실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에도 중동 지역 무력 충돌 우려로 유가가 급등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하락한 전례가 있다.
이란이 위협하는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해상 수송량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중 60%도 이 경로를 지난다.
이번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이란이 실제 봉쇄를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란 측 관련 발언이 반복되며 긴장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의 제재 재개에 반발해 호르무즈 봉쇄를 경고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앞서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간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부담 상승 등을 통해 세계경기 둔화도 우려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은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 간 타격전이 격화할 경우에 대비, 대대적 공급망 점검에 들어갔다. 현재 업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 비상 재고 운용 전략, 대체 항로 시나리오 등 사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정유·석유화학 전반 실적 흐름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 년 간을 끌어오며 글로벌 공급망에 이상을 불러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석유화학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도 나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계 6위 규모 정제설비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제품 수출 항로는 주로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아울러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의 합산 에틸렌 생산능력(CAPA)이 1년에 3000만톤에 달하는 만큼 석유화학 공급 차질 우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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