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K-팝의 대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 인수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텐센트는 최근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 측에 지주회사 NXC의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NXC는 넥슨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로, 이 지분 인수는 사실상 넥슨 경영권 확보를 의미한다.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 지분 매각을 두고 벌어지는 이번 접촉은 텐센트가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게임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시프트업 지분 34.85%, 넷마블 17.52%, 크래프톤 13.73% 등을 보유하며 주요 게임사들의 2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확보해 유통망과 개발사를 동시에 연결하는 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고리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게임과 음악, 영상 콘텐츠를 통합한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학계에서는 텐센트가 자체 플랫폼인 위챗, QQ뮤직, 텐센트비디오 등을 활용해 한국 콘텐츠를 중국 내 주요 상품으로 유통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텐센트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중국 내 유통과 검열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텐센트와의 협력은 한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텐센트의 콘텐츠 투자 확대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달 5일에는 스웨덴 게임 개발사 애로우헤드 게임스튜디오 지분 15.75%를 약 735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3월에는 유럽 대표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신설 자회사에 1조8300억원을 투입해 25%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넥슨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NXC는 김정주 전 회장의 부인 유정현 의장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7조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자립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는 2019년에도 넥슨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결국 불발된 바 있다. 현재 텐센트와 넥슨, NXC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텐센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텐센트의 투자 확대가 한국 콘텐츠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가 필수적인데 텐센트는 강력한 유통망과 정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텐센트의 투자는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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