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수요 위축이 겹치며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졌고, 국내에서는 내수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가 한국의 대표 수출산업이자 고용과 내수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산업통상자원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25억1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감소한 수치다. 4월(-19.6%)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본격화된 25% 고율 관세 조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량 역시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은 35만8969대로 전년대비 3.7% 줄었다. 내수 판매(14만1865대)는 0.4% 소폭 늘었으나, 국산차(11만2200대)는 2.5% 줄었고, 수입차(2만 9665대)가 13.1%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물량에는 여전히 관세가 부과된다. 특히 현지 공장 설립 여력이 없는 중소 부품사들은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고율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필요할 경우 추가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해 국내 수출업계,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부품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이 없는 중소기업은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 진출을 위한 공장 설립은 대기업이 아닌 이상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인 만큼, 정부의 지원 없이는 실질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은 수치상 소폭 반등했지만, 구조적인 회복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14만1865대로 전년 동월보다 0.4% 증가했다. 다만 국산차는 2.5%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13.1% 늘어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배경이다.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테슬라 ‘모델Y 주니퍼’ 등 일부 수입 전기차의 신차 효과가 내수 실적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구조적인 수요 회복보다는 인기 차종 중심의 반짝 수요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차량 구매 시 적용되는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다. 이번 조치는 현행 5% 개소세를 3.5%로 낮춰 적용하고,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경우 개소세의 70%를 감면하는 혜택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소비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단기적인 세금 감면만으로 실질적인 내수 회복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소비 진작 대책과 연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관세 리스크와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통상외교와 산업정책을 연계한 종합 대응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만으로 소비자들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 세제 혜택 외에도 실질적인 구매력 제고를 위한 종합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출과 내수 양 측면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지금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는 북미 외 시장 개척, 부품업계의 해외 진출 지원, 내수 방어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 등을 연계해 종합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우리 자동차 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통상 리스크에 특히 취약한 구조”라며 “관세 인상 같은 외부 충격에 대비한 중장기적 생산·수출 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부품 생태계와 관련 산업 전반의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 정부가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통상외교를 동시에 주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