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 분야 거버넌스의 개편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전 정권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2명이 5명 합의제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진행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향과 관련해 다양한 안이 제시되면서 의견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TF를 구성 중인 가운데, 방송이라는 이유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만 소폭 개편하는 이른바 ‘방송3법’ 의결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미디어 분야 거버넌스 개혁은 대통령 의지 없이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18일 정부 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6일 출범했다. 사회2분과(방통위 담당) 분과장을 맡게 될 예정이었던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정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대신 홍창남 부산대 부총장이 분과장을, 김현 과방위 여당 간사가 사회2분과에 기획의원으로 참여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법제와 거버넌스 논의를 위한 ‘미디어 혁신 범국민 협의체(가칭)’을 마련하고,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설치법)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최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능 중 방송·통신의 융합 및 진흥 업무(네트워크정책실 방송진흥정책관)를 방통위가 맡는 내용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과기정통부 유료 방송 정책과 더불어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 사업자의 허가·승인·등록에 관한 사항 등을 방통위가 총괄하도록 했다.
국정기획위 출범 전 최 위원장이 사회2분과 분과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과기정통부에서 방송진흥기획과 및 뉴미디어정책과, OTT활성화진흥팀 등이 맡고 있는 콘텐츠 진흥 업무가 방통위로 이관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전직 의원, 초선 의원에게 양보한다며 국정위원회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개정안이 동력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방통위 개편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TF가 구성돼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통위 설치법(제5조2항)을 살펴보면, 상임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여당 교섭단체 1인·야당 교섭단체 2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 직속 기관인데다 정부·여권 인사가 전체 상임위원 5명 중 3명을 가져갈 수 있어 여당이 사실상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2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2022년 당시 여·야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안에서도 공영방송을 별도의 합의제 기구의 형태로 분리해야 한다는데 서로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을, 방통위를 포함한 3개 부처가 동시에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로 외주 제작이나 독립 제작 등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즉 방통위를 포함한 미디어 거버넌스 조직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와 문체부까지 대대적인 거버넌스 개선안이 논의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다양한 개편안이 제시된 가운데 현재 의견 동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디어 거버넌스의 조직 개편 방향으로는 △공영/민영 2원화 구조(공영 미디어-민영 미디어 분리) △ICT 정부 조직 분리(진흥 및 규제 분야 분리) △미디어콘텐츠 독임 부처(가칭 미디어부) 및 공영방송위원회의 2원화 구조 등 크게 3가지 안이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 ICT 분야인 2차관실을 쪼개거나, 과기정통부·문체부·방통위의 방송영상미디어 분야를 분리·통합해 독임제 미디어부를 신설하는 등 난해한 문제가 남아 있다. 방통위의 단순 확대가 아닌 다른 부처의 조직 개편까지 연결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의 경우 그동안 부처 이기주의가 작용해 부처 통합이 어려운 적이 많았다”며 “결국 부처 간 유사 중복 업무 통폐합 및 기능 통합, 부처 신설 등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포함한 미디어·ICT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개편 문제 때문에 방송3법 의결만으로 정부가 방통위 조직 개편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여당이 방송3법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것은 방통위를 그만큼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라며 “과방위 경우도 AI나 과학기술 현안이 방송 문제 때문에 파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인 이슈로 연결되는 방송 분야의 경우 부처 개편이 쉽지 않다. 대통령의 결단, 의지가 없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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