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규제의 역설’…가계부채는 줄이되, 금리는 낮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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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규제의 역설’…가계부채는 줄이되, 금리는 낮추라?

직썰 2025-06-18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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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5월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지난 16일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철저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손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은 5월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지난 16일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철저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손성은 기자]

[직썰 / 손성은 기자] 가계부채를 억제하라면서도 금리는 낮추라는 정부의 이중 기조가 금융 현장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 대출을 줄이고도 자금비용을 낮추라는 모순된 정책 요구가 실무에서 충돌하면서, 은행과 소비자 모두 방향을 잃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 대출이라는 원칙조차 구체적 기준이 없어, 정책 목표와 실행 방식의 괴리만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약 6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총량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 한도 준수를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가산금리 인상 등 가격 조치를 통한 수요 억제는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대신 비가격 조치를 권고했지만, 실행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당국은 정책 충돌을 일으키면서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나 심사 조건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하면서 실무 현장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지침이 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서 대출을 줄이라는 건 정책 원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비가격 수단만으로 실수요 선별과 총량 조절을 병행하라는 지시는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책이 표방하는 ‘실수요자 중심 대출’ 원칙도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주택 보유 여부 외엔 실수요자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고, 당국은 그 판단 책임을 금융회사에 전가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실수요 여부를 선별하는 건 창구 직원에겐 막대한 부담”이라며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선별 책임까지 지게 되면 향후 형평성 논란이나 민원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애매한 정책 신호는 시장에 왜곡된 인식도 퍼뜨리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지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수요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일선 은행 창구에선 “금리가 낮아진다는데 왜 거절되느냐”며 항의하는 소비자까지 늘고 있으며, 일부 고신용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핀테크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한도 조회 건수는 5월 넷째 주 기준 전주 대비 16.1% 증가했다. 카드사(30.7%), 저축은행(15.7%), 캐피탈(13.4%), 보험사(12.0%) 등 전 업권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이 정치적 판단과 소비자 여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에도 총량 규제가 부활했지만,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실수요자 혼란과 금융기관의 피로감만 남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가계부채 억제 의지와 비판 회피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총량 규제는 단지 수치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할 뿐, 대출의 목적이나 구조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 왜곡을 줄이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단순한 ‘총량 조절’이 아니라 목적 기반의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출의 목적·구조·위험도를 분리해 판단하는 정책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정책의 정합성과 실행 체계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량규제의 역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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