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매년 열리는 성소수자 권리 보호 행진인 '프라이드' 행사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면충돌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의 진보 성향 시장 커라초니 게르게이는 오는 28일 프라이드 행진을 시(市)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로 지정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그는 "이 도시에는 1등 시민도, 2등 시민도 없다. 우리는 함께할 때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안다"며 "이 도시에서는 자유도 사랑도, 그리고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도 결코 금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헝가리 중앙정부의 프라이드 행진 금지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보다.
헝가리 의회는 지난 3월 성소수자 행진이 아동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 프라이드 행진 개최를 불허했다.
커라초니 시장은 법적 우회로를 선택했다. 프라이드 행진을 시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로 지정하면 경찰의 사전 허가 없이도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금지 시도에서 행사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2010년부터 네번 연임하며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았으며 이들에 대한 권리 제한을 잇달아 법제화했다. 2021년에는 학교 성교육,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보는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는 성소수자 차별법을 도입해 유럽연합(EU)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지난달 EU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헝가리 정부에 프라이드 행사 금지법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EU 집행위원회 차원의 제재도 고려하겠다고 압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르반 정권의 성소수자 탄압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승부수로 보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경제 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보수 성향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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