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개혁'을 위한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당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포함해 당의 전반적인 구조 개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개혁안 수용여부를 두고 '전 당원 여론조사'를 주장하며 송 원내대표가 공약한 '당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 "혁신은 제 거취가 결정되고 다음 지도부에서 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의 변화를 위한 '혁신위' 구성을 두고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송 원내대표가 밝힌 혁신위 구성은 김 비대위원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혁신위는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특별기구'에 해당돼 최고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설치할 수 있다. 현재 당 대표 위치에 있는 김 비대위원장을 '패싱'하고선 위원회 구성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30일까지로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개혁'을 두고 협의에 이를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염두에 두고 송 원내대표가 사실상 '김용태 패싱'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언석, 당 변화에 공감 "혁신위 구성해 당 구조개혁 논의"
송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속한 당 혁신위 출범 의지를 16일 취임 직후에 이어 재차 드러냈다.
그는 "혁신위 구성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헌승·김성원 의원도 동의한 사안"이라는 말로 경선 주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포함해 당의 전반적 시스템 개혁을 포함하는 구조개혁을 논의하고 당내 의견을 두루 수용하는 개혁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개혁과 변화, 쇄신에는 공감하지만 이러한 당의 구조 변화는 '혁신위원회'라는 새 조직을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당헌·당규상 혁신위원장 지명 권한은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이 갖고 있다.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 조속 출범'을 약속한 만큼 이를 위해선 김 비대위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 신설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17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신설에 대해 "신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간의 상의가 필요한 상황이며 조만간 일정을 조율해 만남을 갖겠다"고 말했다.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이냐'는 질문에도 "어제 (원내지도부가) 출범됐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하는 등 지난 11일 일방적인 의원총회 취소에 이어 다시 한 번 '김용태 패싱'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
김용태 "혁신위는 차기 지도부에서…당원 여론조사부터"
김 비대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가 공약한 '당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 "혁신은 제 거취가 결정되고 다음 지도부에서 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의 혁신위 관련 물음에 "혁신위를 통해 혁신하려는 원내대표 생각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혁신위는 제 거취가 결정되면 다음 지도부가 권한대행 체제거나 비대위가 올 텐데 그 기구에서 다루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지금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지도부에서는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당원 여러분의 개혁안에 대한 의지, 우리 당의 개혁 의지에 대해 총의를 모아 다음 지도부가 혁신을 통해 개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임기 기간 당 혁신위 구성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전히 전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혁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그는 "전 당원 여론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씀드린 개혁안에는 많은 의원들의 이견이 있고, 긍정·부정 의견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개혁에 대한 의지는 모두가 같을 텐데 개혁안에 대해 많은 당원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야말로 당원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의 굉장히 중요한 시작점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당원분들이 개혁안 실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은 당연히 이 개혁안에 대해 수정하거나 철회할 계획도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말했다.
"국힘 '이영자당' 됐다…'찐윤' 잘라내야 해"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7일 <뉴스1tv 팩트앤뷰> 에 출연해 대선에 참패한 국민의힘을 향해 "이미 항간에서는 국민의힘을 '이영자(이미 영남 자민련)당'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1tv>
김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그냥 이대로 가도 괜찮지 않겠냐, 뼈를 깎는 개혁은 안 해도 그만이지 않은가 식으로 뭉개고 가자는 한명 한명의 무의식이 연결된 결과"라며 "익명성 뒤에 숨어 자신의 이해관계만 탐하는 집단적이고 비합리적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송 원내대표가 언급한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선 "이미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5대 혁신안을 내놓았는데 굳이 혁신위를 꾸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며 "송 원내대표가 어떤 혁신을 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시간 끌기 아니면 뭉개고 가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TK 민심을 추종하는 의사결정 구조나 TK 현역 의원들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로운 지도부를 향해서도 변화의 쇄신을 위해 "과감하게 구악, 구태, 기득권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당이 살기 위해서는 몇몇 책임 있는 분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심지어 저는 출당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 지도부는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따져서 책임이 있는 몇몇 사람들은 쳐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당 변화를 위해서는 '출당'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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