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노조 설립 선언…“이제 우리 차례”

화섬식품노조 산하 쿠팡지회 임원 사진. 가장 왼쪽이 이항수 쿠팡지회장. [사진=화섬식품노조]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쿠팡 노동자들이 17일 노동조합 설립을 공식 선언하고, 화섬식품노조 산하 ‘쿠팡지회’를 출범시켰다. 지회는 별칭 ‘쿠니언(Cou-nion)’을 사용하며, 쿠팡그룹 전 계열사 직원을 가입 대상으로 한다.

지회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제 드디어 쿠팡”이라며 출범 의미를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주요 IT기업들에 노동조합이 잇달아 설립된 가운데 쿠팡도 노동자 조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회는 “쿠팡의 모든 노동자들이 ‘세상을 쿠팡하라’는 구호 아래 밤낮 없이 일해왔기에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면서도 “고객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감내해온 직원들의 희생이 더 이상 당연시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성과평가를 명분으로 최하위등급 비율을 강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고사직을 유도해 고용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연봉 인상률이나 인센티브 산정 기준은 공유되지 않는 반면, 임원들은 최대 실적을 이유로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포괄임금제 폐지 △인센티브 정책 및 연봉 인상 기준의 투명한 공개 △최하위 평가등급 비율 강제 폐지 및 고용 안정 보장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이어 “노동조합은 쿠팡의 성장을 저해하는 존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버팀목이 되겠다”며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고 부당한 대우와 무리한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화섬식품노조는 IT, 게임, 화학, 식품 등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산별노조로.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등의 노조를 산하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