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3조 규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티 통합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이 지난 12일 보완 요청을 받았다. 순조로워 보였던 양사 합병 절차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마일리지 통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포함한 약관 변경을 마감인 오는 9월 이전에는 공정위 승인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한 지 6개월이 되는 12일까지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전환 계획 등을 담은 통합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공정위는 보완 요청 사유와 관련해 "(통합안의)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가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고,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에 있어 공정위가 심사를 개시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이날 "마일리지 통합안이 국민적 관심 사항인 만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이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각 사 마일리지 제도를 합병 이전인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전환 비율에 대한 설명 부족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용 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이,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때문에 대한항공 사용자들이 마일리지 통합에서 역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안 마련의 첫발을 떼게 됐다는 의미가 있으며, 항공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통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로 향후 과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카이패스 회원 약관에 따르면 약관 변경은 3개월의 사전고지 기간에 유예기간 12개월 등 총 15개월이 필요하다.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공정위의 승인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는 각각 약 2조6200억 원과 9500억 원이다.
합병 작업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마일리지를 어떻게 합산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1대1로 통합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산정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항공편 탑승으로 쌓인 마일리지는 예상 보다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카드 사용시 얻게 된 마일리지 혜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고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마일리지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1대1로 되면 대한항공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거고 가중치를 두게 되면 아시아나 고객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카드 사용으로 쌓인 마일리지가 가장 큰 문제다. 기준이 달랐기 때문에 통합 비율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한항공 고객들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의 주체인 대한항공에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최대한 통합 전 마일리지를 털어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일리지 예약이 가능한 전용기와 온라인몰 홍보에 전념하고 있다.
한 때 아시아나 온라인 몰은 제품 부족 현상으로 불만을 자아냈다. 통합 마일리지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아시아나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마일리지 활용에 나섰지만 그만큼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항공편은 물론 마일리지 온라인몰도 활성화 된 상태다.
1:0.7 안과 1대1 안 사이에서 결정이 될 것으로 항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단 아시아나 고객들은 통합안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가 마일리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전체 마일리지 총액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기존 고객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1대1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마일리지를 미리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1대1 통합이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델타 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2008년 합병 당시 마일리지를 1대 1로 통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두 항공사의 사례와 카드 마일리지 적립 방식이 달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사안이 다르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좀 더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 항공 사용자들이 다소 마이너스가 되더라고 역차별 방지를 위해선 감수해야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공정위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 보다는 반대로 손해를 보게 되는 사용자들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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