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지상파-케이블 중심이던 스포츠 중계 주도권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스트리밍 시장으로 전장이 바뀌고 있다.
17일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세계 주요 프로 축구 4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 1) 중계를 모두 독점했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과 미국프로농구협회(NBA) 리그, 레이싱 경기 포뮬러원(F1)을 제공하며 탄탄한 스포츠 라인업을 다지고 있다.
티빙은 한국프로야구(KBO)가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다. 이종격투기 경기 UFC와 한국프로농구(KBL)도 제공한다. 특히 하이라이트, 댓글 기능은 물론, 야구 예능 '크보랩' 등을 통해 하나의 경기 콘텐츠를 다각도로 소비할 수 있도록 구성 요소를 늘렸다.
디즈니플러스 또한 16일 FC바르셀로나가 15년만에 한국에 공식 방문해 펼치는 친선 경기를 라이브 스트리밍한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 한 이력이 없었는데, FC바르셀로나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스포츠 중계에 발을 들였다.
국내 OTT 순위 2, 3위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콘셉트를 내세우며 스포츠 덕후들의 발길을 유인하기 시작하자 5위 사업자도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OTT 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도 스포츠 중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앙그룹은 올림픽 및 월드컵 방송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네이버를 뉴미디어 중계권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네이버는 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 단독 생중계를 시작으로, 2월 MBC와 콘텐츠를 제휴해 '무한도전',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인기 예능을 24시간 송출하는 등 끊임없이 아이템을 변화해가는 중이다. 향후 자사 플랫폼 역량에 JTBC의 콘텐트 제작 역량을 더해 통합 중계 플랫폼을 구축할 생각이다.
이는 스포츠 중계가 OTT 가입 유인에 상당 부분 기여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OTT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자의 15.4%가 스포츠 중계 시청을 위해 구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조사업체 메조미디어 '2024 OTT 업종 분석 리포트'를 보면 OTT 이용자 2명 중 1명(53%)은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OTT 구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자본력이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에 도전하는 건 시장의 당연한 흐름"이라며 "OTT는 콘텐츠 투자를 줄이면 가입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데, 스포츠 중계권은 투자 위험이 적고 광고 친화적인 장르다. 팬층이 두텁고 넓은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 중계는 일정 정도 이상의 시청자 규모를 기본적으로 확보해준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티빙은 3월 KBO 개막 직후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173만명으로 집계되며 전주 토요일(3월 15일) 대비 19.15% 증가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EPL 개막 주간마다 가입자 급증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는 데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요금 인상 가능성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15일부터 9900원의 ‘스포츠패스’를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회원이라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존의 두 배 이상인 1만 7790원을 부담해야 드라마, 영화부터 스포츠 중계까지 볼 수 있다.
티빙은 스포츠보다는 예능과 드라마, 라이브 채널 시청 비중이 높은 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금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스포츠 콘텐츠 투자에 따른 단기적인 요금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변화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사회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일부 스포츠경기 중계가 유료서비스 가입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미디어 환경이 정착되면 사회적 약자의 시청 소외와 함께 전반적 콘텐츠 이용 요금 상승으로 인해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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