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왕조 구축과 변화의 시작, 2024-2025 V리그 남녀부 챔피언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의 새 시즌을 향한 방향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합동 축승연은 지난 시즌의 성과를 기념하는 자리였지만, 그 안에는 변화와 결단의 메시지가 분명했다. 현대캐피탈은 레전드 문성민의 코치 데뷔로 선수단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흥국생명은 일본 여자배구 명장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선임해 조직력 강화를 예고했다.
◆여전한 ‘명장’과 ‘레전드’의 새로운 출발… 현대캐피탈, ‘왕조 구축’ 본격 시동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명장’ 필립 블랑 감독의 지휘 아래 허수봉과 레오라는 막강 쌍포를 앞세워 리그를 제패했고, 역대 최단기간 정규시즌 1위를 비롯해 챔피언결정전(7전 5승제)과 KOVO컵까지 휩쓸며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현대캐피탈은 6년 만의 챔프전 우승, 19년 만의 통합우승을 발판 삼아 ‘왕조 구축’이라는 더 큰 꿈을 꾼다.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는 현재 전력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적기라는 평가다.
차기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2연패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한창이다. 지난 4월 대만에서 열린 윈스트릭 국제배구 초청대회와 이달 필리핀 ‘ALAS PILIPINAS’ 대회에 저연차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출전시키며 전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박경민의 백업 리베로로 활약했던 임성하도 그 중심에 있다. 그는 “이번 필리핀 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서며 자신감과 경기력이 모두 올라왔다. 다가오는 시즌엔 저만의 스타일로 배구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왕조 구축을 향한 현대캐피탈의 행보에 힘을 보태듯, 팀의 상징적인 인물이 새로운 역할로 돌아왔다. 현대캐피탈은 레전드 출신 문성민을 신임 코치로 선임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무릎 수술과 재활에 집중했다. 문성민 코치는 “현대캐피탈이었기에 코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블랑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를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흥분하기보다는 차분히 타이르는 좋은 코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문성민 코치는 ‘초보 지도자’다. 그렇기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리그를 거쳐 일본 남자 배구 대표팀 부흥을 이끈 블랑 감독은 존재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는 “코치 경험이 부족하지만,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다. 감독이 팀의 중심이고, 코치는 이를 정확히 이해해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 때보다 더 조심스럽고, 적절한 선을 지키며 선수들을 이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주었다.
◆'배구여제' 은퇴 후 첫 시즌… 요시하라 감독 시대 맞이한 흥국생명
여자부 우승팀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서 정관장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이는 구단 통산 다섯 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으로 모두 여자부 최다 기록이다.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특히 ‘배구여제’ 김연경은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6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화려한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김연경의 은퇴로 상징적 전환점을 맞은 구단은 올 시즌부터 일본 여자배구의 명장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선임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요시하라 감독은 일본 V리그 명문 JT 마블러스를 이끌며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9시즌 동안 리그 우승 2회, 준우승 3회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2015-2016시즌은 팀의 1부 승격을 이끌었고 2023-2024시즌은 정규리그 전승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흥국생명은 굉장히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팀이 될 것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다이내믹 배구를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한 번이기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 도전이 없으면 우승도 없다. 우승의 경험을 흥국생명에 이식하고 싶다”며 우승 DNA를 팀에 심겠다는 각오다.
주축 선수들 역시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시즌 팀의 우승을 이끈 세터 이고은은 “스스로 생각하는 배구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발전할 여지가 클 것 같다. 감독님께서 빠른 플레이와 콤비네이션을 중시하신다. 그 방향에 맞춰 집중적으로 훈련 중인데, 잘 따라간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담감보다는 훈련을 통해 채워나가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는 “김연경이 떠났지만, 이제는 각자의 몫을 나누며 팀을 만들어가는 시즌이 될 것이다. 감독님의 배구를 잘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첫 훈련 소감에 대해선 “처음 훈련을 해보니 하루를 일찍 시작해 일찍 마무리하더라”며 웃은 뒤 “훈련에 대한 기본 틀을 단단히 잡고 계신 느낌이다. 기본적인 것만 잘 맞아간다면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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