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글로벌 공급과잉에 이어 중동발 위기까지 겹치며 벼랑끝에 몰린 석유화학업계의 사업구조 재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국회에서 최근 발의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특별법 통과가 업계 구조 개편의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법안 통과를 위한 새 정부의 조각 이후에야 업계 사업재편의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국내 석화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간 물리적 결합보다도 이른바 기업간 생산량 조절 등 화학적 결합을 막고 있는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계의 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아 주무부처 의견 반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조각이 마무리돼야만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해당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별법의 내용에 산업부 의견을 담아야 하는 만큼 산업부 장관이 임명되고, 이를 위해 총리 임명이 먼저 이뤄져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부 조각 이후에야 법안 통과와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등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의는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3중고 상황에서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중동 정세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화산업은 이미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타격을 입고 있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나프타 가격 인상→생산원가 상승→마진 축소라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국제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구매가도 따라서 오르게 된다. 문제는 수요가 줄고 있어 제품 단가에 원가 상승분을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올 1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 간 생산량 조정 등 구조 개편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기업 간 생산량 조절은 담합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이 같은 공동행위에 대한 예외 규정이 포함돼 있어, 위기 상황에서의 업계 사업 구조 재편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단순한 경기 불황이 아닌 구조적인 위기에 가깝다"며 "기업 간 물리적 결합보다도 생산량 조절 등 '화학적 결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공정거래법상의 예외 조항이 담긴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 발의한 석화업계 지원 특별법은 석유화학산업을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기간산업으로 규정하고, 사업구조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전기요금 감면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예외 허용 등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특례 조항이 포함됐으며, 고용 불안 해소 및 지역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 대책, 핵심기술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등도 담아 업계의 안정적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정부 조각을 기다리기보다는 정부가 당장 석화업계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국내 석화업계의 체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정부도 국정기획위 등 기존 시스템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석유화학 산업 구조 전환을 국가 차원의 과제로 제시한 바 있어, 조기 입법을 통한 정책 가시화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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