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서 고위험 펀드 판매 시 후순위 변제 상품임을 설명하지 않은 정황이 또 확인됐다.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 지 불과 4달여 만이다.
17일 더리브스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우리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전 직원 B씨는 “(투자 설명서 전문을) 못 봤다”며 “(투자 설명서를) 다 보면서 판매하면 일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B씨는 현재 은퇴한 상태다.
우대고객에게 날벼락처럼 온 매각 통지
우리은행 우대고객이었던 A씨는 B씨를 통해 지난 2018년 9월 5일 부동산펀드 상품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파생형)’에 가입했다. A씨는 가입 시점에서 7년이 지난 후 우리은행으로부터 소셜미디어(SNS)와 메일을 통해 담보 건물이 매각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지난달 28일 받은 안내에 따르면 A씨가 가입한 상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임대계약 3년을 남기고 조기 매각됐다.
문제는 A씨가 후순위 고지를 비롯해 해당 상품 투자 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상품 구매할 시점엔 안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A씨와 통화에서 B씨는 상품 판매 당시 투자설명서와 상품 설명서를 전달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B씨는 “(투자‧상품 설명서) 양이 너무 많았다”며 “그때는 (판매사가) 투자 상품을 너무 쉽게 보고 판매를 했다”고 말했다.
누적 배당금을 포함해 매각가까지 정산하면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회수금은 약 270억원으로 추산된다. A씨는 누적 배당금을 포함하면 원금의 49% 정도만 돌려받는 셈이며 이를 제외하면 원금에서 70% 손실을 입게 됐다.
A씨는 “해당 펀드가 후순위 변제 상품이란 것을 알았다면 도장을 안 찍었을 것”이라며 “임대 기간이 남은 건물이 중간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것과 후순위 투자금은 보호가 안 된다는 것을 그때(건물이 매매된 후) 알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거래 당시 B씨가) 유일하게 전달한 약식 투자설명서조차 한 줄도 읽어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객 입장에선 가입 당시 106쪽에 달하는 긴 투자설명서 내용을 다 안내하지는 않더라도 투자 위험에 대한 핵심 내용인 후순위 변제 설명은 고지됐어야 한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숙지 없이 상품 판매한 직원…심각성 인지 않는 우리은행
가장 큰 문제는 B씨가 A씨에게 해당 펀드 상품을 판매할 당시 상품 숙지를 온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은행 부지점장이었지만 상품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상품을 권유했다는 얘기다.
녹취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당시가) 이런 투자 상품 관련해서 (충분한 검토 없이) 쉽게 팔렸던 걸 저희(우리은행)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계약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했던 시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투자자에게는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선순위가 일방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는 등 상품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고객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달하는 돈을 맡기는 펀드에 대해 우리은행 직원이 위험 요인을 숙지하지 않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정황은 A씨가 지난 2월에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전액 손실이 발생한 벨기에 소재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도 B씨가 후순위 설명 없이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벨기에 펀드에 대해서도 B씨는 선순위 대출의 존재를 몰랐다며 사실상 부실 판매를 인정했는데 우리은행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올해 초 A씨가 받은 민원 회신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피콜을 진행했기에 문제에 대한 요청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상 B씨가 펀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기에 해피콜 절차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A씨는 이번 스페인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고 고객 손실을 방관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A씨는 “투자 상품을 안내하는 직원부터가 정보를 모르는데 고객이 어떻게 알 수 있냐”며 “고객이 믿고 거래해야 할 은행 직원들이 투자설명서를 읽지도 않으니 상품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나아가 고객이 알아야 할 필수 정보를 은행 직원부터 몰랐다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기초자산 매각은 운용사 사안이며, 판매 관련 내용은 사실관계 확인 중인 사항”이라고 답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Copyright ⓒ 더리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