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1천명 보냈어야지'라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더 많은 군을 투입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막았어야 했다는 취지다.
이는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것은 소수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하려 한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김철진 "尹, 1천명 보냈어야지...직접 들었다"
"김용현, 비상계엄 해제 후 노상원과 통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6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7차 공판을 열고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의 일정 기획·관리 등을 담당하며 그를 근거리에서 수행한 인물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20분께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방문해 약 30분간 머물렀다고 증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핵심 참모들과 회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묻고, 김 전 장관이 '500여 명'이라고 답하자 윤 전 대통령이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 보냈어야지. 이제 어떡할 건가'라고 물었나"라고 묻자 김 전 보좌관은 "들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김 전 보좌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회 투입 병력을 재차 물었으나 김 전 장관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다 '500여 명'이라고 답변했고, 이제 어떻게 할 거냔 윤 전 대통령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보좌관은 전투통제실을 찾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법 법령집'을 찾기에 국방비서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확인해서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법령집을 찾은 게 아닌가"라고 묻자 "제가 추측하거나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해석은 피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 후 김 전 장관이 전투통제실에서 전국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지휘관들에게 임무를 하달한 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노란색 서류 봉투에서 '포고령'이라고 적힌 A4용지를 한 장 꺼내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계엄 비선' 핵심으로 거론되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통화하는 것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장군 진급 발표 후 노 전 사령관이 인사 개입을 했다는 소문이 들려 평판이 좋지 않았다"며 "비상계엄 당일 결심지원실에서 (김 전 장관이) '응, 상원아'라고 하는 통화를 듣고 나중에 노 전 사령관이 이 사건에 개입됐다는 것도 들었다"고 했다.
尹 "계엄 해제 의결 후 국회법 검토, 국회 '절차 미비' 때문"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증인신문 종료 직후 의견 진술 기회를 얻어 "재판부에서도 '국방부 지하 지휘통제실 내지 전투통제실에 왜 대통령이 갔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당시 국방부 지휘통제실을 찾아 국회법 조항을 가져오도록 한 것은 '2차 계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 (의결) 절차가 좀 미흡하지만 그 뜻을 존중해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할 것인지, 아니면 이 정도 절차의 미비는 무시하고 계엄을 해제할 것인지 생각이 퍼뜩 들어서 '국회법을 가져오라'라고 하니까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국회법을 살펴본 뒤에는 집무실로 돌아가 "민정수석을 불러 법률 검토를 시켰고, 민정수석이 '하자는 있지만 받아들이시는 게 좋겠다'라고 해서 (계엄 해제 대국민 브리핑) 문안을 만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계엄을 선포할 때 주무 부처인 국방부 장관의 건의나 의견을 들으며 국무회의를 거치는 것처럼,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 정식 계엄 해제를 하려면 집에 돌아간 국무위원들을 불러 다시 국무회의를 하는 수순이었다"며 "늦은 시간까지 상황실에서 고생한 간부들도 많이 있어서 격려나 한번 해주고 의견을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3일 8차 공판기일에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이던 이재식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尹, 경찰 소환 3회 불응...내란 특검·경찰 강제수사 협의할 듯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 및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등 혐의로 지난 5일과 12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불응했다.
이후 경찰은 오는 19일 3차 소환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에도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고, 대통령이 관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에 대한 자료도 없다"며 불응 의사를 밝혔다.
통상 수사기관은 세 차례 소환 통보 이후 불응 시 체포영장 등 강제구인에 나선다. 앞서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조만간 내란 특검이 출범할 예정인 만큼 특검 수사팀과 경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 관계자는 "특검과 협의 없이 강제 구인 절차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특검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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