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대형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어 '약국계 코스트코'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약국은 대형마트를 연상시키는 넓은 공간에서 일반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약 2,500여 종의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약사단체는 이러한 변화가 약사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의약품 오남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 관련 업계 내에서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에 자리 잡은 이 창고형 약국은 430㎡(약 130평) 규모로, 넓은 매장 안에서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비교·구매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을 제외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이 주력 품목이다. 영양제는 기존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반의약품 역시 서울 종로 일대의 '약국 성지' 수준의 할인 가격을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약국 운영 측은 "대형 약국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량 구매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였으며,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라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사들이 매장에 상주하며 복약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셀프 계산대와 키오스크 도입도 계획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 약국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소비자가 직접 비교·선택할 수 있는 구조는 매우 합리적"이라며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통약, 감기약, 소화제 등을 미리 구비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일반의약품 유통 구조가 지나치게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약가 표시제도 및 정보 제공 방식 등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역시 판매 채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통망 확대는 분명 고무적인 변화지만 약사단체의 반발과 광고·마케팅 경쟁 심화는 우려되는 변수"라면서도 "소비자가 직접 주도하는 구매 흐름은 앞으로 업계의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약사단체는 이번 창고형 약국 출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고 복약 지도 없는 셀프 계산은 소비자 건강에 위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약사회 관계자는 "대량 구매와 할인 구조는 소비자의 경각심을 떨어뜨려 약물 과잉 복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복약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 중심 구조는 과소비와 불법 유통의 온상이 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창고형 약국 출현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약사 전문성 유지라는 두 축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약국의 유통 구조 투명성 강화와 합리적 가격 정책은 환영받지만, 약물 안전성과 복약 지도 책임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할인 약국이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복약 지도와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라며 "정부와 관련 단체가 상호 협력해 규제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비자 교육 강화와 약국 내부 관리 시스템 도입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성남시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국내 의약품 유통과 소비 패턴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선택권과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안전성과 전문성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으로 이러한 창고형 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사회적 합의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으로 마련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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