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재미 없대? 그럼 안 봐."
극장을 가야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관객은 더 단호해 졌다. OTT, 유튜브, 각 종 SNS 등 안방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넘쳐 나는 마당에, 굳이 돈을 들여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나 하는 마음들이다.
1만원이 넘는 영화 티켓에 교통비, 식비, 팝콘, 콜라 까지 극장에 한 번 갈 때마다 지출해야 할 비용이 얼마인가.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천만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의 뜻이 확실해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 명장의 연출, 예전 같으면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흥행세를 탔을 것이다.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봉준호 감독 신작이라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안 보고, '범죄도시' 시리즈로 최고의 흥행 배우가 된 마동석이 제작하고 출연한다고 해도 재미 없으면 안 본다. 김윤석, 이병헌 신작도 통하지 않았다.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길 뿐이었다.
올해, 상반기가 끝나가는 무렵까지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천만'은 커녕 500만, 아니 300만 돌파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17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16일 개봉한 영화 '야당'이 누적 관객수 337만 6795명을 동원하며 2025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야당은 19세 관람가임에도 이와 같은 호성적을 냈다. 이유는 하나였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고, 쫄깃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연출로 흥미를 높였다. 관객 반응은 그저 "재밌게 봤다" 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입소문을 탔다.
뒤이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이 319만 2793명으로 2위, 봉준호 감독 작품 '미키 17'이 3위를 기록중이다.
특히 지난 2월 28일 대단한 관심 속에 개봉한 '미키 17'은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전작 '기생충' 최종 관객수는 1031만명이었다. '미키 17' 누적 매출은 손익분기점인 약 44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미키17'의 추정 손실액은 7500만~8000만달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수치로 드러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극장 관객 수는 3478만명으로 나타났다. 2023~2024년 같은 기간 평균 관객 수(4773만명)의 70% 수준에 머문 것. 이는 감염증 사태 이후 가장 저조한 관객 수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위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3년 동안 각 배급사는 코로나19 기간 창고에 묵혀 있던 영화를 차례로 풀었다. 관객의 관심사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꺼낸 작품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계가 침체 되면서 투자가 줄고, 제작 편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제작비 등 제작 환경이 여유롭지 못하니 그만큼 퀄리티 높은 작품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월부터 본격적인 극장가 성수기가 시작된다. 국내외 배급사들은 시즌에 맞춰 텐트폴 영화를 내놓는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유니버설 픽쳐스), '슈퍼맨'(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등 할리우드 영화와 '전지적 독자 시점'(롯데엔터테인먼트), '좀비딸'(NEW), '악마가 이사왔다'(CJ ENM) 등이 개봉해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노린다.
세계적으로 흥행맛을 봤던 프랜차이즈 영화들, 유명 웹툰을 영화화한 '전지적 독자 시점', 그리고 '엑시트'부터 '파일럿'까지 여름 흥행을 이끈 조정석 주연 '좀비딸' 등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탄생할 지가 관심사다. 답은 하나다. '재미'다.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을만한 가치가 있을 지, 여름 영화 시장에 이목이 쏠린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