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2일 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자격으로 첫 순방에 나섰다. 공급망, 에너지, AI를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실리 중심의 외교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단순한 외교 무대 복귀를 넘어 산업과 직결된 실물 외교, 국익 중심 외교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16일(현지시간) 낮 12시, 이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 도착했다. 공항 환영 의례를 마치고 곧바로 초청국 정상들과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실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협력, AI 거버넌스 등 핵심 의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이번 순방을 통해 각인시키겠다”고 밝혔다.
◇첫 회담 상대로 남아공 선택…자원·인프라 협력 기반 구축 시동
이 대통령은 첫 양자회담의 상대로 자원 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택했다. 이는 이번 순방의 실리 외교 노선, 그중에서도 ‘공급망 재편의 전초기지’ 확보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 선택이다. 남아공은 백금, 망간, 크롬 등 전기차·수소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세계적 생산국이다. 특히 배터리와 수소 경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한국 입장에서는 ‘선제적 자원 연대’가 국익 외교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또한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경제권으로서, 스마트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이다. 대통령실은 “자원 확보에서 인프라 수주로, 기술 협력에서 산업 연계까지 아우르는 실물 외교 모델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협력 외교의 초점을 단순한 우호 관계 구축에서 나아가 실질 경제 이익 확보로 이동시키는 방향이다.
◇에너지·공급망·AI 삼각축 전략…신외교 아젠다 구체화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망, 인공지능(AI)을 3대 전략축으로 설정했다. 이는 외교의 범위를 전통 안보에서 산업 안보로 확장하고, 기술과 자원의 지정을 통해 국익을 관철하려는 구조적 외교 전환의 시도다. 특히 한국은 원전 기술, 수소 연료전지,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고부가가치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탈탄소 정책을 강화하는 G7 국가들과의 기술외교 접점을 넓히려는 포석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선진 기술+신흥 자원국’이라는 조합을 활용해 안정적 조달망 확보에 방점을 찍는다. AI는 산업 최적화뿐 아니라 디지털 규범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룰 메이커’로의 입지를 선언한 포인트다. 이 대통령은 “AI 기술력과 윤리적 설계 기준을 갖춘 한국이 국제 질서 재편 논의에서 규칙 설정자로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AI 기반 물류, 국방 자동화, 에너지 효율화 협력 사업을 외교 실현 프로젝트로 연계하고 있다.
◇외교 방식 드러낸 첫 무대…형식보다 실속 중심의 리더십 시험대
이번 순방은 전통적인 외교 의전이나 수사적 성과 부각보다, 산업·기술·안보와 맞물린 ‘실물 기반 외교’에 집중하는 점에서 이재명식 외교의 방향성을 선명히 드러냈다. 도착 당일 곧바로 양자회담과 리셉션, 만찬 등의 일정에 집중한 실속 외교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는 속도감 있는 결정력과 준비된 전략을 앞세워, ‘신속하고 밀도 있는 외교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외교를 산업, 기술, 에너지와 직결되는 생존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며 실질성과 결과 중심 리더십을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외교 무대에 국익을 관철하는 실력형 리더십의 출발”이라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야권은 “외교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실질 성과 검증을 주장했다. 결과로 말해야 하는 실속 중심 외교의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진 셈이다.
◇주요국 회담·G7 본세션 발언…외교 실적 시험할 분수령
이 대통령의 외교 데뷔전이 단순한 복귀를 넘어선 실질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G7 확대 정상회의 본세션과 이어지는 주요국 양자회담이 결정적 분수령이 된다. 17일 열리는 G7 본세션에서 그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AI 기반 에너지 효율화 전략 등을 주제로 한국의 입장을 직접 천명할 예정이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정책 아젠다를 주도하는 ‘의제 리더십’을 시험받는 장이기도 하다.
이어 미국, 일본, EU, 우크라이나 등 주요국과의 연쇄 회담이 예정돼 있다. 통상, 안보, 기술 협력에서 구체적인 양해각서(MOU)나 합의문 체결이 이뤄질 경우, 실질 외교의 결과물로 기록될 수 있다. 정부는 귀국 직전 대통령 담화를 통해 성과를 집약하고,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외교를 산업 전략, 자원 안보, 기술 경쟁과 연결시키는 ‘3D 실물 외교’가 첫 시험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