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회색지대 상호금융] ③3492개 조합, 방치된 ‘금융 유사기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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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회색지대 상호금융] ③3492개 조합, 방치된 ‘금융 유사기관’의 민낯

직썰 2025-06-1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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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상호금융이 잇단 금융사고와 부실 운영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일부 직원의 횡령, 구식 내부통제에 따른 부실대출, 설립 취지와 어긋난 수익 중심 경영 등으로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문제의 근원에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에 놓인 상호금융의 태생적 모호성이 있다. 지역조합의 운영 방식, 이를 관리하는 중앙회, 그리고 정부의 관리·감독 실태를 짚어 상호금융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 조합수는 총 3492개로 전국 영업망을 갖춘 5대 시중은행 점포 수를 상회힌다. [손성은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 조합수는 총 3492개로 전국 영업망을 갖춘 5대 시중은행 점포 수를 상회힌다. [손성은 기자]

[직썰 / 손성은 기자] 서민 금융의 명목 아래 정부 금융감독 체계를 비껴간 상호금융 조합이 금융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다. 3492개 조합은 법적으로 중앙회의 감독 아래 있지만, 사실상 자율 운영에 가까운 현실이다. 중앙회는 수년째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고, 조합은 수익 중심 경영으로 본래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디지털 통제망 부재까지 겹치며 구조적 리스크는 확산일로다. ‘은행은 아닌데 금융을 한다’는 이 독특한 조직이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방치돼 있는지 그 현장을 추적했다.

◇“조합 수는 은행보다 많고, 통제는 누구도 못 한다”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산림조합, 수협 등 5대 상호금융 조직에 소속된 지역 조합은 총 3492개. 이는 시중은행 5곳의 전국 지점 수(3183개)를 웃돈다. 조합은 조합원 출자금으로 운영되며 법적으론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며 금융기관 수준의 역할을 한다.

문제는 통제력이다. 개별 조합은 각기 독립된 법인 형태로 설립돼 중앙회의 일괄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중앙회는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합의 의결권을 간섭할 수 없고 검사 및 규제 권고에도 강제력이 없다.

상호금융 내부 감사관 A씨는 “중앙회는 사실상 ‘협의체’ 수준”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조합장이 마음만 먹으면 권고를 무시해도 그만”이라고 진단했다.

정기검사는 2년에 한 번, 검사 인력은 전국 수천개 조합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검사 인력 충원을 요청해도 조합이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반영되지 않는다. 법령의 구조 자체가 ‘감독은 중앙회가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실제 감독을 위한 강제 조항은 없다.

◇‘서민금융’ 간판 달고 PF·부동산 대출…취지 훼손된 수익경쟁

상호금융 조합은 본래 조합원의 생활 안정과 지역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조합들의 대출 구조를 보면 그 취지와 괴리가 크다.

일부 조합은 조합원 외부 고객 대상의 고위험 담보대출, 아파트 중도금 대출, 부동산 PF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 기준과 낮은 규제 환경을 이용해 수익성을 우선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22년 모 신협은 100억원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PF에 자금을 대출했다가 시공사 부도와 함께 80억원이 부실로 전환됐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이 조합원 의결 없이 집행됐고, 리스크 관리 체계도 부재했다는 점이다.

전직 새마을금고 임원 B씨는 “지역 주민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설립 목적은 명분일 뿐, 내부적으로는 ‘금융사 수준 수익’이 기준”이라며 “각 조합장들은 경영 실적을 경쟁하듯 보고받는다”며 실적 중심의 보고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수익 구조가 왜곡되면서 조합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자산 1조원이 넘는 대형 조합은 사실상 소형 지방은행 수준이지만, 중소 조합은 자산 100억원 미만에 불과해 리스크 관리 체계는 물론 회계 담당자조차 전문 인력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디지털 통제 공백…“사고 터지면 손놓고 확인만”

상호금융 조직 전반의 디지털 통제 시스템도 시중은행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 대부분의 조합은 이상거래 감지시스템(FDS), 자동 대출심사 시스템(CSS), 내부 리스크평가 체계(IRM) 등이 없다. 아직도 수작업 중심의 감사 보고와 표본 감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다수 조합은 단일 서버조차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의 모니터링이 부재한 상황에서 조합의 리스크는 중앙회가 ‘인지하지 못한 채’ 축적되고, 사고가 발생해야 비로소 외부에 노출되는 후행 구조가 고착돼 있다.

상호금융 중앙회 IT통제 담당자 C씨는 “이상징후나 대출 집중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없다”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수개월 뒤 보고가 올라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앙회 역시 디지털 통제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 해도 각 조합이 분담금을 거부하거나 예산안을 부결시키면 추진할 수 없다. 조합 독립성이 보장되는 구조에서 중앙회는 실질적으로 ‘감사 조직’도, ‘통제 시스템’도 설계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제도도 법도 ‘제각각’…이대로는 사고 반복된다

상호금융 조직은 ‘농업협동조합법’, ‘새마을금고법’, ‘신협법’ 등 각각 별도의 개별법을 적용받는다. 이는 설립 배경의 차이를 반영한 제도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일한 내부통제 기준이나 디지털 통합 시스템 구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법 체계가 분절돼 있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중앙회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공통 규제나 기준을 부과할 수 없다. 더욱이 정치권이나 지역 유력 인사들이 조합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감시나 제도 개편을 둘러싼 저항도 상당하다.

◇“더는 자율에 맡길 수 없다”…정치권·감독기구 움직임은?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은 상호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조합에 대한 금융감독원 공동검사권 부여 ▲중앙회 감사 권한 강화 ▲디지털 통제 예산 공동 분담 구조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호금융 전반의 리스크 지표를 종합 분석하는 통합 리포트 발간 체계를 준비 중이다. 현재 개별법에 따라 조각나 있는 상호금융 정보를 종합해 감독 정책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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