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은 첫 장면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프레임, 파스텔톤 색감, 정교한 세트와 의상까지. 영화 전반을 감싸는 시각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서사와 감성을 밀도 있게 녹여낸 정제된 미장센이다. 그랜드>
이야기는 늙은 작가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가 들려주는 젊은 시절의 경험담은 다시 제로(토니 레볼로리)라는 벨보이의 입을 통해, 전설적 컨시어지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의 과거로 이어진다. 이렇게 액자식 구조의 중첩된 내러티브는 단순한 미스터리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구스타브와 그의 곁을 지키는 제로의 여정은, 코믹하고 과장되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영화가 살인과 유산 분쟁, 추적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유머와 위트, 디테일에 집착한 연출은 살벌한 세계를 동화처럼 포장한다. 이는 잔혹한 세계를 풍자와 해학으로 다듬은 달콤한 이야기가 된다.
또한 영화는 1930년대 유럽, 특히 제1·2차 세계대전 사이의 불안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허구의 국가 ‘주브로브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쇠락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전통의 종말과 우정의 가치를 조명하는 은유적 장치로 작동한다. 실제로 영화 말미, 노년이 된 제로는 “구스타브는 사라진 세계의 마지막 신사였다”고 회고한다. 이 한마디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압축한다.
결국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은 시각적 쾌감에 머무르지 않는다. 눈부신 외피 속에 담긴 정교한 이야기, 시대의 상실감, 인간적 유대가 어우러져, 영화는 ‘아트버스터’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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