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에너지 수입망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2%를 중동에서 의존하고 있으며, LNG 수입의 36%도 중동산이다. 이란과 이란의 주요 에너지 수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 수송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에너지원이 이 해협을 경유한다.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그 여파로 국내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투자사 밀러타박의 최고시장전략가 매트 말레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여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며 "이란이 해협을 차단하면 하루 1,300만 배럴 이상의 원유와 가스가 차단될 수 있으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국내 가계에 2차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가격 인상은 제조업·운송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모두를 자극하게 된다.
정부는 "국내에는 6개월 이상 사용 가능한 석유·가스 비축분이 있다"며 즉각적인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관련 부처는 중동 지역 정세를 예의주시하며 수입선 다변화, 비축 확대, 가격 안정 대책 마련 등 종합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업계는 단기적인 물량 확보보다 '에너지 안보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유·LNG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수소·원전 등 대체에너지 체계 강화, 중장기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갈등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연결성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에도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안보를 곧 '국가 경제 안보'로 직결시키는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리스크를 인식하고, 단순 대응이 아닌 근본적 구조 전환을 도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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